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기존의 예쁘기만 한 이미지를 넘어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로 재도약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 장 폴 살로메 감독의 ‘음지의 여인들(Les femmes de l’ombre)’에서 화장기 가득한 얼굴을 벗어 던지고 초췌한 모습의 레지스탕스로 변신했다.
1966년생, 우리 나라 나이로 올해 마흔 셋이 된 그녀는 3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색다른 변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영화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Parlez-moi, d'amour)로 2002년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7년엔 ’트리비알(La Disparue De Deauville)’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마쳤다.
이번엔 2차 대전 중 저항 운동을 펼치는 레지스탕스 역할이다. 프랑스 ‘마담 피가로’지는 최근 “이제 예쁘기만 한 배우에서 강력한 캐릭터의 영화인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고 그녀를 평했다. 그녀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 배우이긴 하지만 정작 할리우드에서의 역할은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브레이브하트(1995)’, ‘007 언리미티드(1999)’ 등도 결국 남자 주인공에 가려 어색한 보조를 하는 정도였다.
‘마담 피가로’지는 “이제 분을 곱게 바른 소피 마르소를 떠나 보낸다”며 “초췌한 얼굴의 그녀를 더욱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배우는 보통 화장하고 허풍만 떠는 캐릭터 아닌가”라는 질문에 “우스운 소리다. 진정한 배우라면 분기 바른 얼굴 이면에 들어있는 진정한 캐릭터를 보여줄 줄 알아야 한다”고 단호히 답했다.
여배우의 성공 관건 중 하나는 결국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변하는 지다. 단발 머리 소녀에서 불혹을 훌쩍 넘긴 그녀는 남성들의 ‘로망’에서 벗어나 이제 진정한 영화인으로 본격 변신하고 있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