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새의 노래-여기는 내땅 공개선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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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투리를 쓰는 동물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새밖에 없다.사람들이각 지방 사투리를 하듯이 새들도 자기 출신지역에 따라 그 지역의 사투리가 전수돼 내려온다.전수는 일종의 학습이다.이런 학습결과 사람이나 새는 자기 출신지역의 고유한 말 이나 노래를 하는 것이다.
봄이 되면서 강남갔다 돌아온 우리나라 여름 철새들이 작년에 사용했던 지역을 기억하고는 또다시 그곳에 터를 잡았다.
이미 붉은뺨멧새와 휘파람새가 자리를 잡고는 아직 푸르게 물들지 않은 숲속에서 노래를 불러 자연의 수를 놓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먼저 도착한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기도하고,또 이곳은 내땅이라는 역할도 한다.
말하자면 새들은 하나의 노래로 두가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노랫속에 어떤 음절이 짝을 유인하는 음절인지,또 어떤 것이 터방어의 역할을 하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무튼터를 장악한 터주인의 영역에 녹음기로 소리를 녹 음해 들려주면이 터주인은 소리나는 곳으로 곧장 날아들어 공격을 개시한다.
이 공격이 심하면 가끔 녹음기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스피커의 떨림판이 찍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터주인의 저항은 대단하다.
그러나 이보다 암컷의 유인은 그리 쉽게 목격되지 않는다.
어쨌든 암수가 만나면 이 소리의 강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으로보아 같은 소리에 암컷이 유인된다는 근거도 배제할 수는 없다.
새끼가 태어나면 바로 새들은 아빠의 소리를 듣고 배운다.
물론 이웃에 사는 같은 종의 아저씨 노래도 듣지만 새들은 노래의 학습대상을 대개 자신의 아버지로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유전일까,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에서 일까.
이 실험을 위해 어린 새들을 여러개의 새장에 가둬 놓고 아버지만 보여주고 기른 것과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보여주고 기른새끼들의 노래 학습정도를 비교해 보았더니 확실히 자기 아버지와어머니를 보고 자란 새끼가 노래를 잘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이때 다른 부부 쌍과 자기 아버지는 같고 어머니만 다른암컷으로 바꾼 쌍을 보여주면 자기 아버지가 아닌 다른 부부 쌍의 수컷의 노래를 더 잘 배운다.
이 실험 결과 새들이 자기 아버지 노래를 선호해 학습한다는 사실은 유전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새끼가 자라면서 노래를 가르치는 선생인 아버지가 어머니와의 애정을 나누는 행동(?)을 보고 새끼는 그 학습대상을 자신의 아버지로 선택한다.
아버지는 친 아버지이고 어머니만 바뀐 쌍에서 새끼는 애정 행동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보다 친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니어도 부부간의 행동을 보여준 다른 쌍의 수컷을 자신의 노래 선생으로 선택했던 것은 아마자신이 배워야할 노래가 장차 성장해 암컷을 유인하는데 더 적합한 노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자연은 훌륭한 자손을 남기기 위해 경쟁한다.
그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가치있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바로 이 봄에 노래하는 새들도 자기 아버지의 금실좋은 행동을 보고 학습 대상으로 삼고있다는 사실은 우리 어린 아이들에게적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朴是龍〈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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