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은행 ‘덕분’… 외국계 ‘덕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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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과천엔 ‘토종은행’, 한국은행엔 ‘외국계’-.

정부 과천청사와 한국은행에 각각 입점해 있는 시중은행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8일 과천청사 ‘입성’에 성공했다. 18.18㎡(5평 반)의 공간에 직원 한 명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대가 설치돼 확장된 ‘365코너’ 개념이다.

현재 과천청사 내에 점포를 내고 있는 곳은 농협중앙회뿐이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농민을 우대한다는 의미에서 농협이 정부청사에 단독 입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민은행은 ATM기 3대만 설치해 놓은 상태다.

우리은행이 입성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토종은행론’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춘 행장은 지난해 9월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만나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인 만큼 정부청사에 지점을 내게 해 달라고 적극 건의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단 들어갔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향후 규모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남대문로의 한국은행에는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의 출장소가 단독 입점해 있다. 한은 본점 직원과 청소·경비 용역업체 직원 등 2000여 명의 급여 계좌는 모두 SC제일은행으로 통일돼 있다. 한은 출장소는 스탠다드차타드가 대주주가 되기 전인 97년 개설됐다. 유시열 당시 한은 부총재가 제일은행장으로 부임한 뒤 한은에 건의해 점포가 개설된 것.

지난해 기업은행이 “중앙은행 구내에는 국내 은행이 들어가는 게 좋지 않으냐”며 넌지시 입점을 타진했지만 한은의 답은 ‘노’였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갑자기 거래은행을 바꾸면 직원들이 불편할 뿐 아니라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 때문에 구내 은행을 바꿀 수는 없어 기존 점포를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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