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길 러文化 마지막 보루-스타니슬라프스키 연극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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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러시아 문화의 자존심은 우리가 지켜나간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더불어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부문에서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볼쇼이 발레단의 화려했던 옛 영화는 차츰 빛을 잃고,박물관들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허덕이며,또 세계최상급의 예술가들 은 속속 고국에 등을 돌리고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문화의 명성을 유일하게 이어가는 곳이 바로 모스크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스타니슬라프스키 연극학교다.
전세계 연극계의 메카로 정평이 난 이곳은 연기력을 닦기 위해 몰려드는 외국 배우.연출자들의 발길이 1년 내내 줄을 잇고 있으며 현재에도 미국 카네기 멜론大 학생 20여명이 내일의 대연기자를 꿈꾸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이 학교는 1943년 배우이자 연출가며 또 연기이론에 있어 19세기 최고 실력가로 손꼽히는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스타니슬라 프스키(1863~1938)의 제자들이 세운 학교다.
『영어권 연극학교는 모두 스타니슬라프스키의 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그 기법이 탄생된 본고장을 직접 찾아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요.』 카네기大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책임자의 말이다. 스타니슬라프스키 기법은 20년대에 처음으로 서구에 소개됐다.당시 미국 순회공연을 나섰던 그의 폭넓은 연기에 미국연극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그의 기법을 전수하는 전문학교도 생길 정도였다.특 히 그의연기론을 담은 『준비하는 배우』(원제 An Actor Prepare)는 36년 미국에서 초판이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재판을계속하고 있으며 미국 연극학교의 교과서로 애용되고 있다.말론 브랜도.더스틴 호프먼.로버트 드 니로등 미국영화 스타들도 모두이 책을 보고 그들의 연기를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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