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민영화 이후 첫 연임 남중수 KT 사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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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28면

블룸버그 뉴스

KT는 2002년 8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변신했다. 1982년 정부가 전신전화 업무를 전담하는 공기업(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을 세운 지 20년 만에 다시 한번 격변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KT는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가 기간통신망을 관장하다 보니 정부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권이 교체될 때면 으레 KT 사장도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곤 했다.

“IPTV로 매출 12조 벽 넘겠다”

2005년 8월 민영화 2기 사장에 오른 남중수(사진) 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해했다. 그는 “우리 회사 주인이 정부가 아닌 일반 주주인데, 아직도 KT 사장 임명권자를 정부로 아는 사람이 많다”고 지인들에게 불만을 토로해 왔다. KT가 진정한 민간 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KT 사장이 연임하는 전통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남 사장은 자신의 바람대로 마침내 2월 29일 KT 주주총회에서 민영화 3기 사장으로 연임이 확정됐다. 공기업 시절까지 포함해 KT 26년 역사상 두 번째이자 민영화 이후 첫 연임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강력한 성장 의지 피력

KT 민영화 이후 이용경 초대 사장에 이어 2기를 이끌게 된 남 사장은 ‘고객가치 혁신’을 주요 경영 모토로 내세웠다. 그는 2005년 8월 사장 취임을 10여 일 앞두고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명심보감 준례편(遵禮篇)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출문여견대빈(出門如見大賓)’이다. ‘밖을 나서는 순간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큰 손님 섬기듯이 하라’는 뜻이다. 이것이 지난 2년6개월 KT를 이끌어온 남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남 사장은 틈만 나면 현장을 누비며 임직원들이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 유심히 살피고 지도했다. 하루 온종일 현장에서 보내는 날도 잦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현장(賢將)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현명한 장수’이면서 고객이 있는 현장(現場)을 지키는 장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그가 현장을 누비고 고객 가치 혁신을 외쳤던 것은 앉아서 장사하는 옛 공기업 시절의 잔재가 KT에 남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3기 사장직을 맡으면서 남 사장의 경영목표는 확 달라졌다. 그는 주주총회를 전후해 기회 있을 때마다 “새로운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주총장에서는 인터넷TV(IPTV)와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인터넷전화 (VoIP)등을 3대 성장동력으로 거론하며 주주들에게 실적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4일로 예정됐던 취임식을 직원 대표 10명과 공개 대담을 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결정했다. 3만7000여 KT 직원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공개 대담은 사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KT의 전국 사업장으로 생중계된다. 이길주 KT 상무는 “주총이 끝나자마자 남 사장이 직원 대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사전 각본 없이 직원 대표들은 사장에게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마음대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된 모습에 대해 남 사장은 “체질 개선이 완료돼 새로운 성장을 맞이할 때가 됐기 때문”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마치 이륙 준비가 끝나 상공을 훨훨 나는 일만 남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주주들에게 약속한 매출 목표는 12조원 돌파다. KT 매출은 최근 7년간 12조원 턱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KT 임직원 사이엔 ‘마(魔)의 12조원’이란 자
조마저 나오고 있다.

12조원 매출 돌파를 위해 남 사장은 3대 성장동력 사업 성공에 총력을 쏟을 방침이다. 우선 지난해 말 32만 명인 IPTV 가입자를 올해 말까지 150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10만 명 수준인 와이브로 가입자도 연말까지 40만 명으로 늘리고, 인터넷 전화에 신규 고객 10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만만찮은 경영여건

KT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IPTV 관련법이 연초 국회를 통과해 그간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지상파TV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남 사장이 꼽은 3대 성장동력 중 최고의 동력을 꼽으라면 단연 IPTV다. KT는 서울 여의도에 미디어센터를 구축하는 등 IPTV 사업을 위한 투자를 끝내 놓은 상태다. 이와 함께 IPTV에 제공할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해 KT는 사이더스·FNH·올리브나인 등을 사들였고, 인터넷광고 1위 업체 나스미디어도 인수했다. 남 사장은 “올 한 해 콘텐트 확보를 위해 1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미디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과 제휴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KT는 국내 최고의 텔레콤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호기(好機)와 함께 위기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무선통신의 최강자인 SK텔레콤이 국내 2위 유선통신업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것이다. SK텔레콤의 품에 안긴 하나로텔레콤은 예전처럼 결코 만만한 상대로 볼 수 없다. KT는 난생처음 제대로 된 경쟁자를 유선통신 시장에서 맞이하게 된 셈이다. 당장 2월 말 현재 하나로텔레콤의 IPTV 가입자 수는 66만 명으로 KT보다 20만 명가량 더 많다. 특히 SK텔레콤은 KT보다 한발 앞서 IHQ와 엔트리브·서울음반 등 콘텐트 업체들을 인수해 왔다. SK텔레콤이 이렇게 확보한 콘텐트를 하나로텔레콤에 제공하면 KT가 IPTV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결코 쉽지 않게 된다.

2001년 이후 정체돼 있는 KT의 매출을 늘리는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다. 2001년 KT의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1조2000억원가량 늘어난 11조5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7년간 3.6% 성장한 데 그쳤다. 그래서 주가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그래프 참조>

물론 성장 정체는 전 세계 통신회사가 모두 갖고 있는 난제다.

남 사장은 성장 정체와 기업가치(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대 성장동력사업에 힘을 쏟는 것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남 사장은 29일 주주총회에서 “KT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그룹 경영에 미흡한 면이 있다”며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 사장이 말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KT와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를 합병하거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미 KT와 KTF의 유통망을 통합했다”며 “지배구조 개편이 끝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KTF 대리점에선 KT의 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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