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양평군 병산리 안지울마을 朴春實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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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녀간에만 궁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땅과 사람간에도 궁합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서울 압구정동에서 음식점을 하던 박춘실(朴春實.47)씨가 경기도양평군강상면병산리 안지울마을로 들어오게 된 사연이 꼭 그랬다.
1.4후퇴 때 평양에서 내려온 후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 정붙일 고향이 없었던 朴씨는 꿈많은 여고시절부터 전원생활을 동경해왔다.결혼하고 아이들을 기르면서 교육문제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시골에 터전을 마련할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틈나는대로 땅을 보러 다녔고 건축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건축자료도 꾸준히 모아 두었다.그러다 둘째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91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 그 해 이 마을 대지 2백20평을 평당 30만원(총 6천6백만원 )주고 사게됐다.
생면부지의 마을에 터를 잡게 된 것은 낚시를 즐기던 친정동생이 이 마을에 들렀다 매물이 나온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었다.처음에 이 땅을 보러 왔을 때 朴씨는 첫눈에 「바로 이곳」이라고점찍었고 당일 계약까지 했다.땅이 특별히 잘생긴 것도 아니었고전망이 그다지 좋지도 않았지만 동구밖을 돌아가는 어귀에 자리잡은 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朴씨는 시골생활을 하더라도 압구정동에서 하던 음식점은 당분간계속할 생각이었다.그러려면 전원주택을 짓기에도 무리가 없고 영업수지를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손님이 있는 자리여야 했다.강변도로와 마을 중간에 있으면서 두곳과 적당히 거리 를 두고 있어드라이브족들이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은 이 터는 그런 곳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일단 터를 잡아놓고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3년을 기다리던 朴씨는 지난해 둘째 딸이 대학에 들어가자 7월부터 건축에 들어가 4개월만에 완공,지난 연말이사했다.1층 영업장,2층 주거용의 복합건물로 지었기 때문에 연건평이 1백평에 이 르러 건축비만 약 3억원이 들었지만 주거부분만 따질 때 투자비는 1억5천만원 정도였다.평양에서 과수원을 했던 친정부모님이 항상 향수에젖어 시골생활을 그리워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같이 모셨다.한양대에 다니는 딸은 양평읍내에■ 시외버 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가서 전철로 갈아타고 통학하는데,1시간 남짓이면 다닐 수 있어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시골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동안 음식점 개업준비도 끝나 오는 8일 「다성(多盛)가든(0338○711504)」이라는 상호로 문을 연다.양평 현지 한우고기를 들여와 등심철판구이를 주메뉴로 내놓을 계획인데 미리 걸어놓은 간판을 보고 성급한 손님들이 벌써 찾아들 고 있다.
『우리식구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놓는 기분으로 할래요.그러다남으면 우리 식구끼리 먹지요 뭐.』 압구정동에서 장사할 때보다한결 느긋해진 것은 전원생활을 시작한 후 朴씨에게 찾아 온 가장 큰 변화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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