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어떻게 활용할것인가-本社.삼성경제硏 공동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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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엔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좌담회가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 오후 삼성경제연구소 임원회의실에서 열렸다.「엔高,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란 주제의 이날 좌담회에서는 이종윤(李鐘允)외국어대 교 수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편집자註] ▲사회=최근의 엔高에 대해선 일본 내에서도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응입니다.
85년 플라자 합의이후의 엔高 때는 엔화의 절상폭이 지금보다훨씬 컸지만 미국과 일본 상품의 수출가격으로 평가하면 그래도 다소 여유가 있어 일본 기업들이 생산비 절감 등을 통해 얼마든지 흡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기업들이 한계환율로 평가하는 달러당 75~80엔대에 바짝 접근하고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이에따라 일본 기업들의 대응도 과거와는 달라질 전망인데요.
▲李교수=일본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엔高는 구조적인 것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과거처럼 쉽사리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지요.이제 일본도 대담한 정책전환을 추진할 상황에 이른 셈입니다.
▲金국장=80년대 엔高 때는 일본 기업들이 엔화 절상폭의 50%정도는 자체 흡수한 것이 사실입니다.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일본 기업들이 엔高의 87%를 수출가격에 전가시켰다는 분석자료가 있습니다.이제는 일본 기업들도 한계에 왔다는 얘기지요.
따라서 일본 기업들의 원자재 해외조달이 더욱 늘어나고 과거와달리 기술집약적인 업종에서도 엔高를 피해 해외이전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정부는 이번 기회를 우리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 고 있습니다.
▲李대표=우리 회사는 이번 엔高를 세갈래로 나눠 활용하고 있습니다.대일(對日)수출을 늘리는 한편 소재.부품 등을 국산화하고 일본의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지요.
▲사회=그러나 韓日간에는 구조적인 무역불균형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지난해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적자가 63억달러(통관기준)였는데 대일적자는 이를 훨씬 웃도는 1백19억달러나 됐습니다.
이런 적자구조가 엔高 활용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요.
▲李대표=일본의 주력 수출품목들은 제조기술면에서 사실상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 품목들이 많아 수출가격을 올려도 우리가살 수밖에 없고 따라서 대일적자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대일 적자의 핵심인 소재.부품이나 설비류중에서수요가 크고 경제성이 있는 것들은 많이 국산화 됐습니다.문제는아직 경제성이 부족하거나 우리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첨단 품목들입니다.일본으로서는 이런 품목의 해외이전을 서 두를 필요가 없거든요. ▲金국장=그러나 이런 제품가운데도 다른 나라와 경쟁관계에 있을 때는 불가피하게 해외이전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이 일본의 괜찮은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마지막 기회라고 봅니다.만약 이들이 우리 대신 다른 나라들을 택할 경우 결과적으로 무서운 경쟁상대를 키우게 된다는 뜻에서도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사회=일본의 과거 해외진출은 후진국들의 값싼 노동력이나 자원을 이용해 생산기지나 하청공장을 건설하는 「수직분업」의 형태였으나 이제는 공동 제품개발등 수평적인 분업이 불가피한 단계로접어들고 있습니다.일본 기업들과의 수평적인 제휴 를 확대할 수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金국장=정부는 일본 기업들의 대한(對韓) 투자진출을 촉진할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중입니다.중요한 원칙은 우리의 투자환경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점과 특정 분야.
특정 기업을 골라 우리 기업들이 직접 투자유치에 나서는 이른바「목표 유치」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崔부원장=이번만큼은 기업들이 철저히 기술적인 측면을 따져 일본기업과 직접 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이 과정에서정부가 거추장스런 역할을 해서는 안됩니다.특히 첨단기술을 제휴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 대해선 철저히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
▲李교수=일본기업들이 한국진출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도록 우리 경제체제나 기업 체질을 바꿔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1년에음식찌꺼기로 8조원을 쏟아버릴 정도의 낭비체질로는 곤란합니다.
차제에 기술이나 생산관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5공시절부터 대일역조 개선대책이 무수히 나왔지만 성과가거의 없었던 것도 이런 풍조와 관련이 깊다고 봅니다.
▲李대표=적층박막PC라는 컴퓨터용 첨단제품이 있는데 일본 무라타社가 독점해 기술이전을 피하는 바람에 우리 회사가 지난 7년간 수백억원을 투자한 끝에 최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이런 사례는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이번 엔高는 일본기업을 끌어들여 신제품이나 신기술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문제는 한국의 투자환경입니다.
▲金국장=다시 강조하지만 투자환경만큼은 경쟁국들에 결코 뒤지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입니다.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과 투자를 가려서 유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사회=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 엔高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崔부원장=중소기업의 기술력.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엔高 활용방안이라고 봅니다.이를 위해선 중소기업들이 기술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기술혁신 특별법」(가칭)같은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별세를 거둬 기술혁신에 앞장서는 중소기업 등을 과감히 지원해야 해요.
중소기업들에 가장 큰 애로요인인 물품대금 결제수단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李교수=일본의 경우 대기업과 종합상사 등이 협력관계의 중소기업들에 신용보증을 서주는 방식으로 금융지원하는 비중이 중소기업 전체 금융자금의 30~40%를 차지하고 있어요.우리도 대기업의 기술개발이나 마케팅 능력.자금력 등을 협력관 계의 중소기업들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확충해야 한다고 봅니다.
▲金국장=정부도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려는 일본기업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대상기업을 물색하는 작업에 이미 착수했습니다. ▲사회=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孫炳洙기자〉 ◆李鐘允(외국어대 교수) ◆金弘經(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심의관) ◆李亨道(삼성전기 대표이사) ◆崔棟圭(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사회:丁文建(삼성경제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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