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스참사 현장에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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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98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지하공간은 한마디로 처참한모습 그대로였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것처럼 철골구조물과 철근이 뒤엉켜 있고 곳곳에 널려 있는 신발과 가방.피묻은 옷.공책들만 참혹했던 순간을 전해 주는 듯했다.
29일 오전 대구시달서구상인동 대구지하철1~2공구 지하.18m깊이의 지하바닥은 사고 직후부터 크레인을 동원해 떨어진 차량들을 끌어올리고 어느정도 정리를 했지만 끔찍했던 현장은 그대로드러나 있었다.
특히 전체 사고구간 4백여m중 중심부인 상인 네거리 좌우구간1백m의 피해는 극심했다.소방구조대가 폭발지점인 놀부보쌈집아래로 들어갔다.들어서자마자 철망으로 만든 분리대와 박혀 있는 철근들이 엿가락처럼 휘어 뒤엉킨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 다.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겨져 있고 지하터널 양쪽 레일을 깔 곳에는 무릎까지 찰 정도로 시커먼 물이 고여 있었다.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폭발당시 터진 수도관과 하수관에서 쏟아져 나온 물로 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구조반원들이 겹겹이 쌓인 복공판사이로 쇠막대기를 넣어사상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물이 깊은데다 복공판들이 들러붙어 있어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작업 인부들이 다니도록 지하터널의 중간에 만들어 놓은 나무 난간도 성한곳이 없다.부러지고 깨진 난간에 어느 국교생의 문제집과 그의 것으로 보이는 파란색 셔츠가 걸려 있다.그 옆에는 핏자국이 낭자했다.
상인동네거리 교차로 아래 지하는 복공판.철근.철골조를 쏟아 부어놓은 듯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차량 보닛과 유리조각이 흩어져 있고 빠져나온 타이어.배터리가덩그렇게 놓여 있어 적막감을 더해준다.
오전6시55분 한 구조대원이 핸드백을 발견했다.10분쯤 뒤『여기다』라는 구조대원의 고함이 들렸다.지하 한쪽 구석에 있는 金명숙(39.공무원)씨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시신을 싸고 들것에 실은 뒤 묶어 올리는데 걸린 시간은 20여분 .
송현동쪽으로 더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1m가량 물이 고여 있는데다 쏟아져 내린 철근이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방본부 방호과 김규수(金奎壽.38)방호주임은 『철골구조물과복공판이 뒤엉켜 있고 물까지 차올라 배수작업과 현장정리를 하지않고는 더이상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해 결국 오전 지하수색작업은 10시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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