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管窺-소견이 좁아 세상물정을 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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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한자로는 정저지와(井底之蛙)다. 우물안에서 하늘을 본들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래서 학식이나 소견이 좁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을 말할때 곧잘 인용하곤 한다.
그와 같은 말에「관규(管窺)」가 있다.「管(붓대롱)을 통해 하늘을 본다」는 뜻으로 어찌 보면 「우물안 개구리」보다 더 좁은 소견을 말한다.
그러니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파악할 리 없다.
전국시대 명의(名醫)로 이름 높았던 편작(扁鵲)은 장상군(長桑君)이라는 신선으로부터 의술을 전수받았다.
그를 섬긴지 10년,장상군이 준 약을 먹고 담 너머 있는 사람까지 훤히 꿰뚫을 수 있는 신통력을 가지게 됐다.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는 물론 음양의 기운이 흐르는 것 까지도 유리알처럼 보였다.
그는 천하를 다니면서 의술을 폈다.한번은 괵()나라로 갔다.
마침 태자가 죽은 직후였다.증세를 들어본 결과 별 것 아닌 것같았다. 그래서 살릴 수 있다고 하자 어의(御醫)중서자(中庶子)가 말했다.
『농담하지 마시오.어떻게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린단 말이오?』『천만의 말씀!당신의 의술(醫術)은 대롱으로 하늘을 들여다 보는 식이오.』 마침내 편작은 태자를 소생시켰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요즘 관규는 곤란하다.그것보다는 「방안간천하(放眼看天下.눈을 들어 천하를 내려봄)」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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