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日,戰後 최대 물가하락으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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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은 40년만에 가장 큰 폭의 물가하락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장기적으로 일본이 생활수준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부추기자면 낮은 물가가 필수적이다.그러나 지금의 물가하락은 경기침체를 일으킬 뿐이다.
일본식 표현대로 「가격파괴」는 도모유키 이구치같이 사업하는 사람들을 「파괴」하고 있다.전자부품상을 운영하는 그는 주고객인대기업들이 생산을 해외로 옮기는 바람에 가격을 내리고 기술자 4명을 해고해야 했다.
지난 50년대말 이래 일본의 물가가 이처럼 떨어진 적은 없었다. 경제전반의 물가변화를 재는 척도인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10~12월중 0.7% 떨어져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무엇이 물가를 내리는가.한가지 요인은 성장둔화다.더딘 성장은기업들로 하여금 가격인하를 강요한다.또 다른 요인은 주가와 땅값의 지속적인 약세다.주식과 부동산 값은 투기적인 거품경제가 꺼진 90년대 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경기침체의 주원인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엔貨다.엔貨값이 오를수록 수입가격은 더 싸진다.일본은행에 따르면 수입도매가격은 90년이래 29% 떨어졌다.값싼 수입품은 전반적인 도매물가를 낮추고 있다.도매물가는 90년이 후 8%가 내렸다.일본에서 생산돼 팔리는 상품가격도 4% 떨어졌다.
물건값이 싸지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어 소비자들의 부(富)가 늘어난다.
그러나 가격인하는 기업의 수입을 줄여 임금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결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해친다.
또 값싼 부동산 역시 주택보유자들의 자산감소를 가져와 소비지출능력을 감퇴시킨다.
엔貨강세가 불황형의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있다. 한가지 시나리오는 엔貨강세가 지속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는 반대로 일본채권과 통화에 실질수익을 가져다준다.높은 수익은 더 많은 돈을 엔貨투자에 끌어들이고 엔貨값은 더 오른다.또다른 엔貨강세 요 인은 일본기업의 경쟁력이다.
일본 수출업자들은 86년 이후 엔貨의 대폭절상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에서 손익을 맞췄다.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가파른 엔高로수출에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경쟁력있는 기업들은 그 간격을 좁히고 있다.
이것은 일본기업들이 앞으로 수출을 계속할 것이고 엔貨강세는 더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많은 경제분석가들은 여전히 물가가 통제불능 상태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피하고 있다.美대공황때 가격하락은 통화공급축소및 기업활동위축과 동시에 나타났다.그러나 일본의 통화공급은늘고 있다.전반적인 소비는 비록 미약하기는 하지 만 역시 증가추세다. 한가지 이점은 현재의 상황이 일본인들로 하여금 저축을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왜냐하면 주택과 같은 고가(高價)의 소비재를 사기 위한 저축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낮은 저축은 일본인들이 막대한 개인저축의 일부를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런 지출은 일본의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일본의 저금통을 하룻밤사이에 깨뜨리지는 않을 것이다.35세의 엔지니어인 마코토 마루타니는 엔貨강세와 가격하락이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말한다.그는 매년 세후소득의 21%인 1만3천2백50달러를 저축하는데도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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