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惡材속 다우지수 최고치행진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뉴욕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미국경기의 하강세와 함께 각종 악재까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권시장이 이처럼 달아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4분기중 뉴욕 월街에는 덩치 큰 악재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오렌지 카운티의 파산을 비롯해 멕시코의 페소사태,베어링은행 사건,일본과의 무역협상결렬등.여기에다 달러값 안정을 위한 금리추가인상설까지 떠돌았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됐다.직접적 인기폭제는 주요기업들의 1.4분기 영업실적 발표였다.IBM의 경우 예상 주당이익이 1.53달러였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2.12달러.
이 바람에 IBM의 주가는 최근 3일새 87달러에 서 93.5달러로 뛰어올랐다.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인텔.텍사코.코카콜라.보잉등 소위 미국의 간판급 기업들 대부분이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시장주변에서는 몇갈래 해석이 나온다.
첫째,일본의 엔高가 결국 미국기업에 득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IBM이나 인텔처럼 수출비중이 큰 회사들이 집중적으로 기대이상의 이익을 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달러속락 현상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이 좋게 나타나자 『달러하락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과 독일임이 확인된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그동안 시장에 팽패했던 비관론을 싹 쓸어내 버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전반적인 경기는 진정세인데도 주요기업들이 높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최근 몇년간에 걸친 생산성향상 노력,그것도 기술개발투자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큰 설득력을 지닌다.
컴퓨터와 반도체 산업등 하이테크 분야 기업들이 선두주자들이다.심지어 은행들마저 3~5년간의 구조조정을 거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시티은행의 주가는 12달러에서 3년만에 4배수준으로 올랐다.반면에 일본기업들은 엔高라는 모래 주머니를 달고 뛰어야 할 판이다.반도체시장만 해도 그전같으면 일본의 가격공세로 값이 떨어지고 있어야 할텐데,오히려 오름세를 계속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의 회복속도가 의외로 빨라진 것도 미국의 주가행보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어쨌든 페소위기와 잇따른 달러값 폭락사태로 수심에 가득 차 있던 월街의 분위기가 최근들어 확 달라졌다.달러가 그처럼 떨어졌음에도 인플레우려가 별로 제기되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 금리의추가인상도 결코 없을 것이라는 확신들이 이같은 오름세를 더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