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늦깎이 졸업 화제의 2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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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늦깎이 학위는 자랑스럽다.스스로 하고 싶었던 만큼 공부하는 순간이 즐겁기조차 하다. 26일 부경대 졸업식에서 빛나는 학위를 받은 두 만학도가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남들이 잠자는 새벽에 일어나 힘들게 공부한 것도 닮았다.

받은 장학금 내놓고 … 또 1억 선뜻

미국·부산서 기업 운영 64세 로라 김

“사업과 공부를 함께 하느라 하루 3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지만 지난 4년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6일 부경대 생태공학과를 졸업한 로라 김(64·미국·한국명 지희자·사진) 씨는 여러 차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충남 서천 출신인 김씨는 졸업을 앞둔 지난 22일에는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싶다”며 장학금 1억 원을 기부했다.

김씨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2학년이던 2005년 장학금을 받은 그는 “나 때문에 장학금을 못 받은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2000만 원을 내놓았다. 또 태안에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자 컨테이너 3대 분량의 흡착포를 기증하는가 하면 동기생들과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미국과 부산에서 3개의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인데도 입학후 4년 동안 단 하루도 강의에 빠지지 않았다.8학기 중 4학기 동안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사업가로 성공한 김씨는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2004년 환갑의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관심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행복했지만 미국에 있는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미국 회사에 업무 지시를 내리는 시각이 새벽 4시께이기 때문에 시험기간이면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었어요.”

지도교수인 부경대 이석모 교수는 “강의실 앞자리에 앉아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 로라”라며 “학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생태공학 전문가가 돼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것이 꿈”이라는 김 씨는 공부를 더하겠다며 부경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부경대는 26일 졸업식에서 김 씨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군수로 일하며 10년 공부 끝 석사

최현돌 기장군수 끝없는 배움의 길

“배우지 못한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최현돌(58·사진) 기장군수는 26일 부경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대학원 졸업생을 대표해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학교 졸업과 함께 책을 덮었던 최 군수는 이후 10년간의 '주경야독’ 끝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 군수는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과 함께 학업을 접어야 했다.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은 그는 농·수산물 유통업에 뛰어들어 30대 청년사업가로 변신,시의원을 지냈고 민선2대 군수가 되던 해인 1998년 동래고 부설 방송통신고교에 입학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늦깎이 학생이 된 최 군수는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뒤지지 않기 위해 밤늦게까지 학업에 몰두했다.

2001년 부경대 공대 화학공학부 야간과정에 합격한 최 군수는 이듬해 행정학과로 전과해 2005년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여기에서 학업을 멈추지 않고 다시 부경대 대학원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최 군수는 ‘지방자차단체의 중장기발전계획과 방향’이라는 석사학위 논문으로 동부산 개발의 핵심인 기장군의 중장기발전을 모색했다.

학교수업에 충실하기 위해 군수가 반드시 참석해야하는 행사를 방학기간으로 옮기기도 했다고 고백한 그는 “자식같은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공부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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