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이담 첫 귀국展-인사동 인데코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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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오랜만에 뛰어난 구상작품을 만날 수 있을것같다.낡고 손때묻은오래된 도시의 모습과 거기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차분하게 묘사한 뛰어난 사실주의 작품이 관람객 맞을 준비를 하고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재미작가 李담(36)씨의 첫 귀국작품전이 26일부터 5월2일까지 인사동 인데코화랑((738)5074)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서는 지난 93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도시풍경(Urbanscapes)』연작등 모두 70여점이 선보인다.뛰어난 예술적 깊이로 뉴욕 화단의 주목을 받았던 그림책 『야구가 우리를살렸다』와 『영웅들』의 일러스트레이션도 함께 전 시된다.「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하면 상업적인 것으로만 생각되지만 李씨의 작업은 어느 순수미술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 품격을 갖고 있다.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탄탄한 기본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무겁게 가라앉은 적갈색톤이 인상적인 李씨의 작품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뉴욕에 가본 적도,작가를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작품앞에 서면외로운 도시의 이방인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작가 의 정서가 가슴에 와닿을 것이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빌딩숲의 한가운데서 울부짖는 걸인.남들은 소외됐다고 불쌍하게 여기지만 실은 더 자신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작가의 감동이 과장없이 드러나 있다.
이처럼 사람체취가 스며있는 퇴색한 뉴욕 풍경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李씨가 사용하는 고동색 왁스 덕택이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중년 부인의 쓸쓸한 뒷모습은 왁스의 끈적끈적한 질감과 적갈색의어두운 톤이 어울리지 않았다면 그냥 밋밋하게만 보였을 것이다.
여러 세대를 거친 초록색의 허름한 집도 왁스가 아니었다면 사람의 손때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李씨만의 독특한 「왁스화」는 밑그림없이 왁스를 두껍게 칠한후긁어내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그려진다.색채가 많이 들어있어 다소 밝은 느낌을 주는 근작들도 왁스가 사용되기는 마찬가지.왁스칠을 하기전에 먼저 아크릴로 색을 그 려 넣은후 왁스를 벗겨내기 때문에 무슨 색이든 낡은 느낌을 주게 된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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