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납부&프리미엄] "月 2000원 절약, 1년이면 얼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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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전화번호 1588-1965. 중앙일보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독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주로 인터넷(www.joins.com)으로 신청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중앙일보가 국내 신문 사상 처음으로 가격 인하와 함께 구독료 자동납부 캠페인을 시작한지 40여일.

신문시장 정상화 노력에 대한 언론 관계 전문가들의 뜨거운 지지와 함께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 서비스 대표전화 'J콜'(1588-1965)과 인터넷 중앙일보(joongang.co.kr), 조인스닷컴(joins.com)에는 격려의 전화.문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하루 1만건 가까이 자동납부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과열 판촉경쟁을 지양하고 지면의 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시작한 자동납부 캠페인이 신문계와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언론학자들은 "가로쓰기.섹션신문.전문기자제.기획취재 등으로 신문의 질적 변화를 선도해 온 중앙일보의 이번 자동납부 캠페인 역시 신문 시장의 마케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가계 부담도 줄이고, 편리해서 좋다"= 4일 서울 공덕동과 발산동의 'J콜'. 140여명의 상담원이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부산하다. "따르릉~"벨소리와 "감사합니다"하는 친절한 응답으로 온종일 시끌벅적하다. 이날 하루 걸려 온 자동납부 문의 전화는 9135통. "안팎으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독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준 반가운 소식""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경품도 주고, 많은 부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해 기대가 크다"는 반응이 많았다.

항공사 직원 이창범(39)씨는 "무엇보다 일일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고 반겼다. 홍정표(70)씨는 "지로 용지를 자주 잃어버려서 불편했는데, 자동납부로 그런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손미숙(38.여)씨는 "센터의 지로 비용도 절감될 것"이라며 환경비용측면을 얘기하면서 "자동이체의 편리함 때문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주부들은 대부분 2000원 할인에 매력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주부 정인미(44)씨는 "한달에 2000원씩 1년이면 2만4000원인데, 가계에 적잖은 보탬"이라고 말했다. 미용사 염선형(31.여)씨와 공인중개사 조항금(46)씨도 "월 2000원 할인과 자동납부의 편리함 때문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독자도 신문사도 좋은 윈윈 캠페인=언론 전문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고가의 판촉물이 판치면서 오히려 신문의 정보상품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기현상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 학계에서는 "일부 신문이 '제살깎기식'으로 대응할 경우 신문시장이 되레 혼탁해질 수 있지만, 자동납부제가 잘 정착하면 신문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인 김영욱 박사는 "한국 신문시장의 가격 카르텔이 깨지는 현상은 바람직하다"며 "위험부담을 감안할 때 중앙일보로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도 신문에 대한 신뢰와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중앙일보의 자동납부 캠페인은 독자 인식 조사와 자체 판매구조 점검 등 1년간의 준비작업을 거쳤다. 결론은 구독료 자동납부가 독자에게 편리함을 줄 뿐만 아니라 독자와 1대1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져 독자친화적 신문으로 정립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20% 가까운 수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마케팅 시장의 거품이 사라지면 여기서 축적된 비용을 독자들에게 좀더 질 높은 지면으로 되돌려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자동납부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의 새 마케팅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합리적이고 세부적인 비전을 많이 제시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의 최고 마케팅 전략은 일부 메이저 신문과는 차별화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건강한 보수 정론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문시장 변화 움직임=지난해 11월 "광고수입이 감소했고, 용지대가 인상됐다"며 국내 신문으로는 유일하게 구독료를 1만2천원에서 1만4천원으로 인상했던 조선일보는 중앙일보에 이어 곧바로 구독료 자동납부를 도입했다. 동아일보는 각 지국 차원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회사차원에서 자동납부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신문은 중앙일보의 자동납부 캠페인에 맞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장기간 무가지 구독과 경품세례로 대응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디어평론가 백병규씨는 한국언론재단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중앙일보가 선도한 자동납부제도는 한국신문 판매시장과 독자관리시스템에 큰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의 이영태 부장도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독자관리 시스템이 낙후돼 있는 상황에서 중앙의 이번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광고주협회 김이환 상근부회장은 "한국 신문 1백년사에 신선한 충격"이라며 "신문의 질은 높아지는데 지대를 낮추는 것은 독자에게 이중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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