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보는 해외 시각 환영·기대·우려 교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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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08면

4월 방미 前 현안 해결 바람직
워싱턴= 강찬호 특파원

미국=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대해 연방 상·하원이 각각 축하 결의안을 내는 등 환영 일색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노무현 정부 시절 미 정계가 한국을 소홀히 하다가 또 하나의 소중한 동맹을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음에 따라 새 대통령의 취임에 나름의 정성을 기울인 것”이라고 평가한다.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11일 ‘이명박 당선인 취임’이란 제목의 발언록을 외교위에 제출하면서 “이 당선인의 취임은 한·미관계를 재확인하고 다시금 활성화해 새 시대 개막을 향한 신선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들도 기대감을 표명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은 “기업인 출신의 첫 대통령인 만큼 한국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이 당선인은 실용적인 작동 가능(workable)한 정책을 지향할 것이며 혁명적인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명환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경험이 풍부한 외교 전문가이고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역시 학자이면서 실용주의적 면모가 두드러져 대미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4월로 예정된 이 당선인의 방미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는 게 양국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FTA·대북문제 긴밀한 공조"
도쿄= 김동호 특파원

일본= 일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22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은 기회 있을 때마다 수시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문제는 물론 FTA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당선인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는 “탈(脫)이데올로기 시대의 첫 대통령으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재구축하는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시아 전문가인 도쿄대 다나카 아키코 교수는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양국 관계 형성이 어렵게 돼도 일본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서민 대통령의 쓸쓸한 퇴장’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 당선인은 노 대통령과 달리 실용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우선 과제로는 노 대통령 시절 확대된 빈부격차를 해소해 국민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을 꼽았다. 대외적으로는 미·일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재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재일동포의 숙원인 지방참정권 문제도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외국인의 참정권 허용을 당론으로 추진 중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21일 이 당선인을 예방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경제보다 외교정책 변화 더 클 것”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중국=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 후 변화는 경제보다 외교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이 중국에선 지배적이다.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양성만보(羊城晩報)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보수 색채가 상대적으로 강조돼 반미 정서가 누그러지고, 대북 정책도 일정 부분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 정세 전문가인 언론인 첸커진은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냉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 10년간의 ‘거의 무(無)제한적인 지원과 협조’에서 벗어나 서로 주고받는 호혜의 원칙이 강조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의 장롄궤이 교수는 “이명박 당선인처럼 역할 의식으로 무장하고, 집정 준비를 끝낸 강성 대통령이 나온 것은 한국 근대사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1개 중심(경제발전)’, 2개 기본점(대미 관계 강화와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의 가장 확실한 입장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지난달 17일 박근혜 대통령 특사를 만나 “양국 관계의 장기적 발전, 신세기에 걸맞은 중·한관계의 건립은 국제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변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누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이명박 정부도 이 원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이 당선인이 지나치게 미국 경도 입장을 보인 데 대한 경고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에 대한 무관심 걱정스럽다”
파리= 전진배 특파원

EU= 유럽은 이명박 정부의 실용 노선에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지난해 한국의 대선 직후 “한국 국민이 10년간의 좌파 정부 대신 실용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파스칼 보니파스 소장은 “CEO 출신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워 한국 경제를 다시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EU 경제교류 활성화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브리스 크로아토 프랑스 DHL사장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가교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한국의 전통적 강세 분야인 조선·건설·전자 업종 중심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럽 언론은 새 정부의 성장 위주 정책에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연 6∼7% 성장은 한국의 경제규모와 고유가 추세를 고려할 때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U에 대한 관심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 한 일간지의 간부는 “유럽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를 관심 있게 바라봤지만 EU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FTA 협상이 진행되는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유럽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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