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날개 꺾인 최고경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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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만화영화 왕국' 월트 디즈니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아이스너의 한쪽 날개가 꺾였다. 회장직은 내놓고 CEO만 맡기로 한 것이다.

디즈니 이사회는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아이스너가 43%의 주주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자 이같이 결정했다. 디즈니 신임 회장에는 메인주 상원의원을 지낸 조지 미첼이 선임됐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투표 결과는 아이스너 퇴진 운동을 벌여온 로이 디즈니 전 부회장(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조카)과 스탠리 골드 전 이사 측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아이스너 회장과의 불화로 회사를 그만둔 이후 아이스너 퇴진 운동을 벌여온 두 사람은 최근 몇년간 디즈니의 실적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그의 사임을 요구해 왔다.

이번 주총에서 아이스너 회장에 대한 반대 표는 30%를 조금 웃돌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43%로 훨씬 많았다. 1년 전 그는 93%의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지만 올해는 57%로 줄어들었다.

디즈니의 경영을 20년째 책임지고 있는 아이스너 회장은 최근 전공인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년여 동안 신흥 애니메이션 명가로 부상한 픽사와 손잡고 지난해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히트작을 내기도 했으나 올해 초 픽사와도 결별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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