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이승엽 선수 일본어 통역 이동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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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이형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요. 야구장에서는 물론이고 간식으로 라면을 사먹을 때도 늘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국민타자' 이승엽(28.지바 롯데 머린스)선수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부인 이송정(22)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해서 주위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어디를 가든 이승엽 선수와 함께 있는 그는 일본어 통역을 맡은 이동훈(33)씨다. 지난해 12월 11일 일본 진출이 결정되고 나서 지금까지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단 하루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李씨는 지난해 11월 일본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때 한국팀 통역을 맡은 인연으로 이승엽 선수와 맺어졌다.

롯데 구단에서 이승엽 선수의 귀와 입이 돼줄 통역을 구해주겠다고 했을 때 이승엽 선수는 "내가 결정하겠다"며 이동훈씨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 "며칠간 망설였습니다. 혹시 실수라도 하면 '국민타자'를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그런 자리니까요. 그러다가 좋아하는 야구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한번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판단해 승낙했습니다."

李씨는 어려서부터 스포츠매니어였다. 경문고-여수수산대 냉동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방위산업체에서 6년간(1994~99년) 근무하면서 틈만 나면 야구장을 찾았다.

99년 3월 일본 도쿄(東京) 기쿠시칸(國士館)대학원 스포츠시스템 연구과에 입학, 본격적으로 스포츠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승엽 선수와 인연이 닿았다.

"승엽씨(이승엽 선수가 다섯 살 아래지만 李씨는 절대로 말을 낮추지 않는다)는 일본에서도 잘할 겁니다. 성실하고, 집념이 강해요. 머리도 좋으니까 일본말도 금방 배울 거예요." 그는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서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가고시마=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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