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청약 심리, 대형프로젝트로 녹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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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청약시장 불황을 대형 프로젝트로 뚫는다."

본격적인 분양시즌을 맞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단지가 잇따라 분양돼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노른자위 지역에서 대단지로 조성되는 이른바 선도 프로젝트(leading project)는 올해의 청약경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여겨지기 때문에 수요자뿐 아니라 주택업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즉 선도 프로젝트가 잘 돼야 작은 규모의 사업도 덩달아 상황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달 중순 용산 세계일보 부지에서 나오는 시티파크 629가구가 청약시장 선도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초 서울 1차 동시분양이 나왔지만 관심을 끌 만한 대단지가 없는 데다 계약률이 높지 않아 사실상 이번 시티파크 분양이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01년 분당 파크뷰 분양 이후 아파트 청약 시장 열기가 살아났던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시티파크 청약이 시장의 움직임을 많이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시티파크 청약상황을 본 이후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려는 업체들도 많다. L사는 서울 서초동에서 이달 초 2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중순 이후로 미뤘다.

I건설이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내놓은 주상복합처럼 미분양된 주상복합들도 시티파크 열기가 일기 시작하자 최근 들어 재분양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급박한 부산의 경우 이 달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29 부동산대책 이후 완전히 가라앉은 청약시장을 살리기 위해 사직동 주공 재건축(쌍용건설 시공)이 총대를 멨다. 총 2947가구 가운데 667가구가 8일 일반분양된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초 부산에서 6600여가구를 분양할 P, N, D, S사 등의 건설사들은 쌍용의 상황을 점검한 뒤에 분양하려고 청약 일정을 중순 이후로 미뤘다. D사 관계자는 "대단지 프로젝트가 앞서서 시장을 뚫어줘야 상황이 좋아진다"며 "이 때문에 다른 업체들이 부산의 첫 분양을 사직 주공에 양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대구에서 입증됐다. LG건설이 이달 중순 달서구 월성동에서 내놓은 1차분 480가구가 초기에 67%의 계약률을 보이며 불황 탈출에 성공했다. 한국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불경기 때는 대형이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프로젝트가 앞장서야 한다"며 "이 때문에 3월에는 소비자들이 노릴 만한 아파트 단지가 지역별로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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