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질에 딸려나온 머리카락. 클로즈업을 하니 욕실 청소하는 고무장갑에 붙은 머리카락처럼 보인다.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에겐 억장 무너지는 한 올이다.
글=홍주연·이영희 기자
홍보회사 임원 김수정(36·여)씨는 요즘 거울을 보기가 두렵다. 하루가 다르게 숭숭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가르마 부분이 썰렁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누가 정수리 부분을 볼까 봐 지하철에서 좌석에 앉지도 못한다. 김씨는 부모님 머리숱이 적어 가족력이 아닐까 더 걱정이다. “처음에는 ‘여자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거예요. 시집도 가기 전에 대머리가 될까 봐 요즘은 잠도 안 와요.”
직장인 장윤영(31·여)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빠진 경우다. “지난해 초 회사를 옮긴 뒤 몇 달을 밤새워 일했죠. 심적 부담도 컸고요. 가을부터 머리 감기가 두려울 정도로 빠지더라고요.” 강씨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한다. 두피 보호 제품을 바르고 밤마다 머리를 마사지했다. 생강을 달여 머리에 바르고 홈쇼핑에서 관리 기구도 구입했다. 요즘 강씨는 수백만 원을 주고 두피 관리실에 다닌다. 그는 “돈이 아깝지만 머리만 날 수 있다면 월급을 전부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피에 한방 침을 맞는 모습. [장소 협찬=경희봄한의원]
‘탈모닷컴(www.talmo.com)’‘대다모닷컴(www.daedamo.com)’ 등 탈모 관련 사이트에 올라오는 여성들의 사연은 심각하다 못해 처절할 정도다. 일부 여성은 자신의 머리를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현경’이라는 아이디의 20대 여성은 “7년 전부터 가발을 쓰고 다녔는데 남자 친구가 이를 알아챈 것 같다. 자꾸 찜질방에 가자고 졸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모’라는 아이디의 여성은 “평소 증모제(머리를 검게 보이도록 뿌리는 것)를 뿌리고 다녔는데 웨딩 촬영을 앞두고 가발을 써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유전·생활습관·다이어트 등을 여성 탈모 증가의 이유로 꼽고 있다. SNU 피부과 조미경 원장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도 함께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싱글족이 늘면서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영철 원장은 “2030 여성들의 ‘외모 지상주의’도 탈모와 관련이 깊다”며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머리가 빠져 병원을 찾는 여성이 10명 중 2~3명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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