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基澤선거지면 궁지로 이겨도 위상변화-영남圈공략 탈출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기택(李基澤)민주당총재는 안주머니에 비밀수첩을 넣고 다닌다.비서들에게조차 보여주지 않는 수첩이다.6월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로 영입할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李총재는 이 수첩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李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정국 소용돌이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된다.
선거의 승패는 물론 서울시장선거다.민주당이 서울시장을 차지하면 정계는 엄청난 회오리 속에 빠지게 된다.李총재는 이긴 상황에서도 위상변화에 대비해야 한다.서울시장 선거에 지면 정말 곤란하다.비주류 공세를 견디기 어려워지고 8월로 예 정된 전당대회에서도 궁지에 몰리게 된다.
李총재는 선거이후 돌풍의 탈출구를「독자적인 성과」에서 찾고 있다.金대중이사장의 영향권이 아닌 지역에서 착실한 실적을 거두는 것이다.
李총재가 12일 대구,13일 진주를 방문한 것도 이런 구상의일환이다.홀로서기를 위한 정치 기반을 닦는 것이다.李총재는 대구지역 1차 공천자대회에서『경북(영일)이 고향인 내가 민주당 총재인데 왜「非민주」를 하느냐』면서『민자당이건 민주당이건 선택하라』고 대구 정서를 정면에서 공박했다.그리고 진주 경상大에서가진 연설회에서『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지역,모든 당파,모든 인사를 받아들이겠다』고 문호개방을 역설했다.
그동안 李총재는 대구지역에 무척 공을 들였다.장애인.청년.여성.노인.사회단체등 직능단체들을 지난해에만 여덟차례 방문했다.
민주당을「김대중黨」으로 보는 대구의 비민주 정서를 우회적으로 달래왔다.그러나 이제 정공법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
李총재가 신민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것도 대구.경북지역 공략전략의 하나다.신민당 김복동(金復東)대표가 TK대표는 아니지만李총재의 대구.경북공략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더구나 신민당이 독자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게 되면 李총재의 비 호남권 공략에걸림돌이 될게 뻔하다.
李총재와 金대표는 대구.경북을 둘러싼 경쟁관계이기도 하다.金대표가 제1야당인 민주당 입성을 꺼리는 데는 李총재에게 먹혀버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때문에 金대표는 먼저 세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이어서 통합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고있다.
李총재는 통합에 관계없이 경북지역 지방선거에 힘을 쏟고 있다.당장 광역단체장보다는 안동.경주.울산.포항등 주요도시에 거점을 마련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晋州=金鎭國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