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6.독일의 아비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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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주 이 지면에 과목당 9시간씩 논술로 치러지는 영국의 대입시험이 소개된 후 많은 학부모.학생.대학 관계자들이 전화를 해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유럽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영국과 유사한 형태 의 시험이 치러지며 독일의 대입 논술시험인 「아비투어(Abitur)」도 그중 하나다.『18세기 독일 문학이론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에 관한 논의가 차지하는 의의를 약술하고 임의의 독일희곡 작품을 들어 거기에 나타난 셰익스피어의 영향을 논하라.』 88년 바이에른 주정부가 두 문제중 한 문제를 선택토록 출제한 국어(독어)문제중 하나다.독일의 「아비투어」는 주정부가 관리하는 남부의 몇개 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각 고등학교에서 출제.평가한다.대신연방정부가 대입논술고사 범위와 학 생들이 읽어야할 작품,그리고질문 방식에 대해 2년전에 각 고등학교에 통보해준다.각 고등학교에서도 논술시험의 출제.평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수험생의 혼란을 막아준다.
독일의 학제는 매우 복잡하고 대학에 갈 수 있는 길도 다양하다.대학진학 희망 학생은 국민학교 4년을 마치고 우리 중학교에해당하는 6년의 하급반 김나지움에 진학한다.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비율은 전체의 30%.
대입 진학 여부는 우리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상급반의내신성적(필수에 해당하는 기본코스 3백30점,대학에서 전공할 분야와 관련된 중점코스 2백10점)과 아비투어(3백점)의 합산으로 결정된다.
아비투어는 필수에 해당되는 기본과목 두개,대학전공과 관련된 중점과목 두개등 네개 과목을 과목당 4~5시간씩 총 20여시간동안 시험을 치른다.특히 네과목중 최소한 필수에 해당하는 기본과목 하나는 구두시험으로 치러진다.
우리와 같은 암기식 공부로는 도저히 통과될 수 없는 심층적 지식을 요구한다.
네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어떤 경우든 국어(독어).외국어.수학을 필히 포함하도록 한다.최근 우리사회에서 국어.영어.수학 중심 본고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아비투어」에서는■국(독).영 .수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서울대 독문과 안삼환(安三煥)교수는 논술시험의 확대가 지금의암기 위주 교육으로 확산된 과열과외를 잠재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 회에는 「프랑스의 바깥로레아」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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