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죽이기.."서의 전무송.김금지 연기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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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전무송과 김금지(54)씨.동갑내기에 올해로 연기인생 30년이되는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연극상이라면 거의 수상해 이제 안타본 상이 없을 만큼 화려한 경력의 연기자들이다.이들이「30년연기」의 자존심을 걸고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벌이게 됐다.
25일부터 산울림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남자죽이기!결혼하기엔늦고,죽기엔 이르고』.2인극인 이 작품에서 金씨는 바람둥이 전무송을 죽도록 사랑하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남자에게 독버섯을 먹여 살해하는 비련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
지금까지 이들이 함께 출연했던 작품은 단 두번뿐.『세일즈맨의죽음』이후 이번이 10년만의 만남이다.그러나 상대역으로 맞닥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런 탓인지 10일 산울림에서 만난 이들은 밤늦도록 비장한 각오로 연습에 임하고 있 었다.
『金선배는 연습시작 30분 전부터 나와 자세를 가다듬을 만큼진지하게 연습하지요.연기 후배로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전무송씨는 어떤 무대에 서도 상대를 압도할 만큼 힘이 있는 훌륭한 배우지요.』 이들 연기자는 서로에게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약 2시간30분간 폭포수처럼 쏟아낼 대사들을 주고 받기에 정신이 없었다.한달전부터 연습에 들어간 이들은 모든 일을 작파하고 오전1시가 넘도록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남자죽이기…』는 러시아 작가 에드바르드 라드진스키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에드바르드는 체호프 이후 서방무대에 가장 많이 올려지는 문제작가중 하나다.
全씨는 이 작품에서 모든 여성의 남자이기를 바랄 뿐 누구의 남자이기를 거부한다.
그는 여성에게 순결을 요구하면서도 그 순결을 앗아버리기 위해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한이다.
여자에게 사랑을 요구하면서도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며 그로부터 영원히 도망치려는 남자다.
이 남자를 상대하는 金씨는 항상 마음속 깊이 사랑을 꿈꾸며 사랑의 부름이 있을 때마다 그 안으로 침잠하는 여인이다.
연출을 맡은 임영웅씨는『전무송과 김금지의 만남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두 전극(電極)이 마주치는 순간』이라며『무대는 두 전극이 부딪쳐서 내는 스파크의 불꽃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334)5915.(334)5925.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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