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護岸블록 철거해야 "숨통"-자연생태계 복원방안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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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생태 사막화(沙漠化)」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강변의 콘크리트 호안(護岸)블록을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생태 사막화란 각종 도시개발등으로 야생 동.식물들이 점차 자취를 감춰가는 현상.서울시립대이경재(李景宰.조경학과)교수팀은 최근 한강 본류와 지천들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지난 80년대 초반 시작된 한강호안블록화 공사가 한강생태계 파괴의 주범임을 밝혀내고 이를 복원하는 첫단계 사업으로 호안블록 철거를 제시 했다.호안블록이란 고수부지 조성,물길 곧게 펴기 등을 위해 쌓은 것으로 홍수방지 등을 위해 만든 제방과는 다른 것이다.
李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한강의 육상.수생생태계가 호안블록에의해 완전 분리됨으로써 강 주변의 먹이사슬이 완전히 깨지고 있다는 것.
예컨대 사면길이 약 5m의 호안블록에 의해 한강과 분리된 반포고수부지의 경우 명아주.질경이.토끼풀 등 예닐곱종의 키낮은 풀만이 잔디와 힘겹게 경쟁하며 자랄뿐 정상적인 강변생태계와는 달리 한강의 수생생태계와는 완전 단절된 상태를 보이 고 있다.
전주천등 호안블록 공사가 끝난 하천의 경우도 하천이 급속히 부영양화하는 등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
李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하천에서는 오염 악화상태의 우점종(優占種)인 거머리.옴개구리.실지렁이 등이 대량으로 출현하고 있다.가장 자연스런 상태의 강변생태계는 물과 뭍이 완만하게이어지는 구조를 한 것.
이런 구조는 강변이 대개 불규칙하게 형성되고 이에따라 물살이느리거나 물이 고이는 곳도 형성돼 이런 곳에서는 미생물과 야생조류(藻類:물풀)들이 잘 자란다.
이들 미생물은 바로 각종 오염물질의 1차 분해자.이와함께 강변에 널린 자갈.모래.흙등이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강의자정(自淨)능력을 향상시킨다.
또 이런데서 잘 번식하는 미생물은 수생식물이나 곤충들의 먹이가 되고 이들은 다시 새들이나 기타 동물들의 먹이가 됨으로써 생태계 먹이사슬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번에 반포고수부지 등과 함께 조사된 광나루.잠실 등 다른 한강 지역 역시 생태계 사막화는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이들 지역에는 기껏해야 10종 남짓의 풀과 갈매기 정도가 고작이었다.이와는 달리 호안이 없는 밤섬의 경우 물과 뭍의 경계부에 갈대.가막사리.낙지다리 등의 초본류와 원앙이.물총새.해오라기등 10여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특히 이중 갈대의 경우 육상에서 물쪽으로 10여m이상 뿌리가뻗는 등 대표적인 수륙(水陸)경계부 식물로 생태계 보존상태를 가늠하는 척도.
李교수는 『호안블록을 헐고 한강변을 예전 상태로 회복하는데는밤섬이 아주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호안블록의 폐해를 증명이라도 하듯 육상.수생 생태계의 단절이없는 북한강 대성리지역의 경우 수질은 상당히 악화됐으나 아직까지는 납지리.끄리.모래무지 등 청정어종이 다수 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李교수팀이 제안한 한강 생태계 복원의 일단계는 콘크리트 호안을 일부 범람지역 등을 제외하고 연차적으로 철거하는 것.
다음 단계로 철거된 자리에 모래.자갈.흙 등을 깔고 이들이 비나 강물등에 유실되지 않도록 철물 혹은 비닐 등으로 고정화(固定化)작업을 한다.철사.비닐 등의 고정물은 풀.나무 들이 뿌리를 내리면 걷어낸다.
이렇게 하는데 걸리는 작업기간은 최소 2~3년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연구팀의 유창희(柳彰熙.시립대 생태환경연구실)씨는 『한강의 경우 아직 콘크리트 호안작업 등의 역사가 짧은 만큼 생태계를 회복하는데 10년 안팎의 세월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하천 생태계 복원 작업은 유럽국가를 중심으 로 미국 등지에서는 십수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던 것.
독일의 경우 히틀러 시대 개발된 라인강을 원래의 하천으로 돌리기 위해 콘크리트 블록을 걷어내고 대신 이 자리에 자연토양을옮긴후 잡초.나무 등을 심어가고 있다.또 강 중류에 설치된 댐에는 회유성 어류의 산란 등을 위해 어도(魚道) 를 마련하는 등 「자연은 가장 자연스런 것이 좋다」는 평범한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스위스 역시 하천을 가장 자연스런 상태로 돌려놔 하천 주변에서식하는 생물들의 종수(種數)가 크게 늘고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는 반대로 지난 82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시작한 후 겉보기에 좋은 호안쌓기 작업이 붐을 이뤄 현재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돼가는 추세에 있다.
李교수는 『환경보호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같은 호안쌓기는 당장에 중지돼야 한다』며 『파괴된지 오래된 생태계일 수록 복원하는데는 그 만큼 더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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