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책>컴퓨터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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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컴퓨터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만큼 인간 심신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자못 큰 것같다.
브로드라는 학자는 지난 85년 컴퓨터가 인간에 미치는 심리적.사회적 영향을 연구,『테크노스트레스』라는 책을 쓴적이 있지만우리 주변에도 컴퓨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미 만만치 않다. 컴퓨터를 배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데다 컴퓨터를 알지 못하면「컴맹」이라고 놀림받고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인 것같아위축된다.
또「주판 부장」「계산기 과장」「컴퓨터 사원」이라는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컴퓨터는 접근하기 어렵고 두려운 존재가 된다.
컴퓨터에 몰두하게 되면 사회적인 교제를 회피하거나 대인관계를단절하는 사례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느 가정에서는 남편이 컴퓨터를 집에 들여놓은 이후 컴퓨터가있는 방에 틀어박혀 마치 남편과 아버지를 잃어버린 꼴이 됐다는하소연도 들린다.
컴퓨터 매니어나 게임 매니어인 아이를 둔 부모들은 컴퓨터한테아이들과의 대화시간을 빼앗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리적.사회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지나친 사용은 영상단말기(VDT) 증후군등 신체적인 질병까지도 가져온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단편적인 증세 뿐만 아니라 컴퓨터가인간 심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신세대는 빠릅니다」라는 광고문구처럼 요즈음 신세대들은 느린것을 참지 못한다.
자동차를 몰아도 과속해야 직성이 풀리듯 빠른 컴퓨터만을 찾는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을 조급하고 변덕스러우며 남의 잘못에 관용을 베풀줄 모르게 하기 십상이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나를 공격하는 자는 무조건 파괴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단순논리만을 배우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또 컴퓨터가 만들어주는 가상현실에 몰두하다보면 현실인식은 약화되고 사회규범이나 사회규칙에는 둔감해지게 된다.
정보화는 이제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시대적 조류지만 추한 정보화와 아름다운 정보화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술개발과 함께 아름답고 인간다운 정보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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