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중가수 한국계 율리金 4년만에 本名으로 활동再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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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요즘 러시아에서는 새롭게 활동에 나서고 있는 한국계 민중가수율리 金이 화제다.
舊소련시절 러시아 지식인들에게 애창(愛唱)되던 수많은 민중가요의 작사.작곡가이자 가수로 이름이 높던 유 미하일로프가 오랜만에 자신의 본명인 율리 김으로 활동을 재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율리 김이 본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것은 91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 이후 거의 4년만의 일이다.
안드레이 사하로프.세르게이 코발로프등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정통 인권운동그룹의 일원으로 「메모리얼」「101인者」의 열렬한 활동가였던 그는 舊소련이 몰락하고 민주주의 방식으로 보리스 옐친이 집권하자 이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러나 민주화후 소련과 동구(東歐)의 숱한 인권운동가들이 목표를 상실하고 방황하거나 침묵에 빠져들었듯 율리 김도 자신이 지지했던 민주주의자들의 정권이 범하는 숱한 실수에 대해 적잖이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러시아에서는 한동안 침묵에 빠졌던 율리 김의 활동이 60년대 인권운동가의 새로운 시대적응이라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끌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시사잡지 아가뇩은 이러한 율리 김의 활동재개와 러시아의 현상황을 맞물려 특집으로 다뤘고 시베리아 노릴스크와 모스크바의 연극街에서는 이번 여름.가을시즌에 율리 김의 연극 2편을 상연할 예정이라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어느 깊은 가을 저녁 아,오랫동안 기다려온 휴식의 그밤에 책장 밑에 드러눕네 그러나 조그마한 움찔거림에도 『자본론』이 내머리 위로 떨어져내리네 -1966.사회과학교사의 노래 노동자의나라에서 지겹게 강조되는 숱한 노동과 자본론 강의에 지친 사회과학 교사가 벼르고 벼르던 휴식을 얻었더니 이 휴식을 『자본론』이 방해한다는 풍자적이고 자조적인 내용의 이 노래는 舊소련 시절 지식인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율리 김의 대표작중 하나다. 이 노래 말고도 율리 김은 유 미하일로프라는 이명(異名)으로 4백여편의 詩와 수천편의 노랫말을 작사해 러시아 지식인사회에서 음유시인이자 저항가수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가 유 미하일로프란 이명으로 활동한 이유는 대학시절부터 그의 노랫말과 저항가수적인 이미지,그리고 영향력에 국가안보위원회(KGB)가 두려움을 느껴 숱한 압력을 행사해왔으며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자행해 본명으로는 활동할 수 없었 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에 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아 미국등에서 출간된소련 반체제운동에 관한 서적등에는 율리 김이 유 미하일로프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등장하고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에서 출간된 러시아의 반체제 문화운동에 관한 서적에도 게재 돼 있다.
지하출판물에만 게재되던 그의 詩들이 한권으로 묶여 처음 빛을본 89년이래(덴마크에서 처음 출간)율리 김은 지금까지 모두 4권의 시집과 노래집을 냈다.
또 85년 첫 노래앨범을 냈고 지금까지 카세트로 4권의 독집을 출반했다.
그러나 그의 노래들은 마그니티즈다트(지하음반출반)로,이미 수십장에 달하는 규모로 출반되었다고 한다.
이때문에 이스라엘 등 러시아 내부 환경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율리 김을 90년대이후 러시아 인권운동가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인물로 꼽고 있으며 올 가을엔 이스라엘에서 2권의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金 錫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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