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최향남 해태 5년無名 시범경기서 맹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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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제 생각하니 제이름 만큼 좋은 이름이 없는 것 같아요.』프로야구 시범경기를 통해 해태의 차세대 에이스로 지목받은 최향남(崔香男.24)은「향기로운 사내」라는 뜻을 가진 자기 이름을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이름에나 들어가야 할 「香」자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놀림을 받았기에 낯선 장소에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괜히 주눅이 들 정도였다.그것은 프로야구에서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완벽한 무명」으로 지낸온데 대한 자 격지심이기도 했다. 최근 시범경기에서의 위력적인 투구가 빛을 발하고 매스컴에 실리는 자신의 이름에서 그는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향기」를은은히 느끼고 있다.
더욱이 그 이름속에는 어린시절의 누이가 함께 있지 않은가.崔에게는 어린시절 숨진 「향미(香美)」라는 누나가 있었고 가운데「香」자는 바로 누나를 기리기 위해 아버지 최천재(崔天在)씨가넣어준 것.
1m86㎝.84㎏의 당당한 체격에서 나오는 빠른 공,거구답지않게 유연한 몸놀림,공을 계란쥐듯 말아쥘 수 있는 길이 27㎝나 되는 커다란 손.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난 崔의 가능성은 최소한 10승이상이었다.이에따라 그의 이름앞에는 「제2의 선동열」이라는 때이른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崔는 지난 겨울 하와이 윈터리그에서 21이닝동안 2점밖에 내주지 않아 마이너리그 관계자로 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90년 영흥고를 졸업할 무렵 최향남은 동기생 가운데 유일하게동국대에 스카우트돼 2개월간 합숙훈련까지 받았을 만큼 자질을 인정받았다.학교측의 행정착오로 대학특기생 입학이 좌절돼 할 수없이 해태에 입단했다.연봉 1천2백만원,계약금 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오갈데 없는 처지라 계약금 5백만원,연봉 6백만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연봉은 1천2백만원.그러나 그는 5승당 1천만원이라는 이면계약을 맺어 10승만 올려도 3천2백만원짜리 선수가 된다는꿈에 젖어있다.
『직구 스피드가 입대전인 1백47㎞만 나오면 억대신인만큼은 해낼 수 있어요.』 차마「신인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해도 지난 5년간 5.1이닝밖에 던지지 않아 崔는 엄연한 신인왕 후보이기도 하다(30이닝 이하면 신인왕후보가 됨).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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