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차대전 벌여 식민지들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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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5) 도쿄 도지사가 14일 또다시 망언을 늘어놓았다.

이시하라 지사는 14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가 서구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로 인해 백인이 지배한 모든 식민 국가가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객인 이시하라 지사는 ‘망언 제조기’란 악명을 갖고 있다.

그는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반도 침략에 대해,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한 것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느냐”며 “일본은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국가적 자부심을 상실했다”며 “일본인은 자기 가족이나 동네, 직장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를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외부 도발만이 일본인을 깨울 수 있다는 궤변도 늘어놨다.

이어 이시하라는 일본이 자기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인은 미·일 동맹에 불만이 있지만 동맹 관계의 변화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고 군사력 강화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본이 충분한 무기를 갖춘다면 더 이상 미군을 영토 안에 주둔시키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중국을 겨냥해서는 “일본이 영토를 넓히려는 중국의 야욕에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중국 오성홍기의 여섯 번째 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하라 도지사는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내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역사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에 대한 비판을 거듭하는 것은 정치가로서는 3류 수법”이라고 주장한 적도 있다. 또 일본군이 중국인 30여만 명을 학살한 난징(南京) 대학살을 “중국인이 꾸며낸 사건”이라고 하는 등 일본의 침략과 종군위안부 등에 대한 망언을 일삼아 왔다. 2004년에는 “수(數)를 계산할 수 없는 프랑스어는 국제어로서는 실격”이라는 망언을 해 소송까지 당했다. 그는 외국인이나 여성에 대한 각종 망언과 도지사 재직 시의 호화 외유와 판공비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으나 지난해 4월 지방선거에서 도쿄 도지사 3선에 성공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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