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감염자 쓴 마지막 삶의 기록 美서 공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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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내영혼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육체적 본능과 싸움을 한다.육체는 생명을 요구하지만 영혼은 도피를 주문한다.둘 사이에 화해란 있을 수 없다.』『자유를 위해서는 두 손으로 죽음을 거머쥐어야 한다.생명은 아름다운 선물이다.그러나 생명을 떠나보내는 행위도아름답다.』 예술가는 항상 자신의 삶과 치열한 투쟁을 하는 사람이다.마지막 순간까지 창작혼을 불태우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다.최근 미국에서는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에서 임종 직전까지 활동하면서 펜으로 손수 그린 삽화와 함께 2년동안 병상에서 떠오른 단상을 기록한 3권의책이 공개돼 화제다.주인공은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스티븐 멘델슨.그는 워싱턴포스트등 유력 일간지에 레이건이나 키신저등 정치인들의 캐리커처를 기고했고 또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그림책을 다수 출간한 바 있다.지난 93년 6월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올2월 37세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가족.
친구.질병.예술.동성애.인생등에 대한 생각을 이 3권의 책에 압축해 놓았다.에이즈라는 천형을 선고받았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최후까지 예술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담담하고 솔직한 고백에서 우리는 삶의 소중함과 예술의 위대함을 감동깊이 확인하게 된다.
명상록에서 그는 자신과 같이 인생의 말기에 질병과 싸워야 했던 예술가들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한다.암에 걸렸으면서도 작곡을계속하며 아흔이 넘도록 살았던 시벨리우스,골다공증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임종때까지 악보를 손에서 떼지 않았던 쇼 스타코비치등과자신을 비교한다.특히 쇼스타코비치가 자신에게 큰 힘이 됐다고 밝히면서 자신도 그와 같이 끝까지 펜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병이 악화돼 아무런 힘이 없을 때에도 그는 『죽음도 하나의 창조』라고 말하기도 한다.또한 『고 통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그것은 또 하나의 예술 도구』라면서 현실의 괴로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또 그의 임박한 죽음을 알면서도 동요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해존경을 표한다.항상 몸이 약했던 그의 어머니는 그가 에이즈에 걸린 후로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위로해 그가 남은 인생동안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하고 있다.이밖에도 동성애에 빠지게 된 동기와 과정등을 숨김없이 노출하고 있어 극한상황에 놓인한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한눈에 살펴보게 한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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