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장벽 보고서의 의미-만만한 한국 美공세 끝이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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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역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미국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미국과 거래하고 있는 일본.유럽연합(EU).한국등 41개주요 국가들을 모두 불공정 무역국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수입쇠고기 유통문제와 관련,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 O)에 제소,첫 제물로 삼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美무역대표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연례 무역장벽(NTE)보고서는 통상문제를 둘러싼 韓美간 시각차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다시 한번 가늠케 한다.보고서중 한국에 대한 비판강도가 예년에비해 높아진게 아니냐는 지적도 여기서 나오고 있 다.
미국의 이런 강경자세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쌀시장 개방이나 통신협상 일괄타결에서 강조한「大를 위한 小의 희생」이란 설명을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미간 통신협상에 참여했던 美관계자는『한국정부로서는 통신부문에서 불공정관행국에서 제외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특히 중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그러나 그 정도로 한국통신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美정부의 입장이 완화된 게 아니다』 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협상전략을 우리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던져 주고 있다.
자동차 부문도 마찬가지다.정부측은 기회있을 때마다 이 문제에대해서는 한미간에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그러나 미국의한 통상관리는『美日 자동차협상이 우선 급해서지 한국시장에 불만이 없어 조용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꼬집 는다.
올해 NTE 보고서는 예년에 비해 美측의 불만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금융의 경우 보험.은행및 증권 분야로 나눠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며「反경쟁관행」의 경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부각시켜 시정을 촉구한 점이 그렇다.
육류의 유통기간문제와 관련,WTO에 제소할 방침을 정하자 마자 이를 한국에 통보하고 5월부터 한국과 협의를 시작한다는 발표도 이미 예정된 코스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미국은 『한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간접규제가 엄존하고있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나라중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많은 분야에서 양보해야 할 것인지 우리 정부에 되묻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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