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선고제 與野공방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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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정부에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선고권한을 부여하려는 내무부의 방침에 여야가 또한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자당은『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민주당은『정치적음모』라고 비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산선고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민자당은 지방선거가 불과 3개월도 남지않은 시점에서 파산선고제가 민감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을 우려하면서도 정부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김덕룡(金德龍)총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지방자치가 제대로정착되기 위해서는 파산선고제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부입장에 대해 드러내놓고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다는 의견개진이다.
金총장은 그 이유로『지자체 단체장들이 과욕을 갖고 방만하게 운영하다가 도리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수도 있다』는 논리를 폈다.그러면서『일찍 검토됐어야 하는데 선거준비에 바빠 서두르는 바람에 간과됐다』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민주당의「음모」운운에 대해서는『야당이 걸핏하면 정치적 의도니,음모니 하는데 피해의식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맞대응하면서『당에서 검토한 적은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의견을 수렴해보겠다』고 밝혔다.
곧이은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협의,바람직하고 검토가능한 방안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당일각에서는 야당에 꼬투리를 잡히는 빌미를 제공해줄까걱정도 하고 있다.야당이『지방자치를 꺼리는 정부.여당의 속셈이다시한번 드러났다』고 치고나오면 이번 선거에 유리할게 없다는 판단인듯 하다.야당의 대응에 무척 신경쓰는 모 습이다.
그럼에도 민자당은 공청회를 통해 바람을 일으킨뒤 선거후 지자제특위에서 야당과 협상을 펴겠다는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김용태(金瑢泰)내무장관이 자치단체에 대한 파산선고제 도입을 제기한 것은 중앙정부가 사실상 지방정부에 대한 직할 통치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선거가 불리해지자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지금도 5백40억달러에 이르는 외채를 지고 있는 중앙정부나 5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서울시의 파산은 선고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현중앙정부의 잘못을 새로 구성될 자치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 장이다.
내무위의 정균환(鄭均桓.고창)의원은 만약 파산선고제가 도입되면 야당출신 자치단체장의 입지가 너무 좁혀져 자치의 의미가 퇴색한다고 말했다.중앙정부가 파산여부를 판단하는 「재정 진단권」을 쥐고 민선단체장을 협박하면서 계속 통제권을 갖 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金장관이 미국에서 사법부가 갖고 있는 파산 여부 판단권을 중앙정부가 갖도록 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흑심(黑心)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더구나 이런 위협은 유권자들에게 야당단체장이 되면 모든 부채를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을 줘 여당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하는 고도의 선거전략이라고 朴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미국식 파산선고제를 도입하기에는 우리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너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미국의 경우 연방세는 매우 적고,지방세가 훨씬 많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재량권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그런 제도보다는 먼저 지방교부세와 지방양여금을 대폭 늘리고,공동세제도를 도입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지역간 재정불균형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金鎭國.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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