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을 망친 건 선거 보좌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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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하워드 딘(사진) 전 버몬트 주지사가 몰락한 것은 올 대선 정국의 최대 미스터리다. 선풍적 인기를 끌다 일순간에 폭삭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워싱턴 포스트는 3개 면에 걸친 특집기사로 의문의 배경을 추적했다. 결론은 뜻밖이다. 딘이 대통령감이 아니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딘을 보좌해온 39세의 여성참모 케이트 오코너의 과잉 충성심과 그로 인한 조직의 분열이 결정적인 패인이라는 지적이다.

◇독약이 된 참모의 과잉충성=모든 선거팀은 사령탑(사무실)과 야전(현장)으로 이뤄진다. 딘의 선거사령탑은 47세의 베테랑 선거전략가인 조 트리피, 야전팀장은 주지사 시절부터 딘을 보좌한 오코너였다. 가장 호흡이 잘 맞아야 할 둘은 그러나 원수처럼 싸웠다. 오코너가 선거팀 내 다른 사람들의 충성심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오코너는 "나만이 진짜로 딘을 보호하려 하고, 남들은 뭔가를 딘으로부터 빼앗아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오코너는 딘을 스타로 만드는 데 일조했던 언론을 오히려 경멸하며 "거짓말을 많이 해 신문도 안 읽고 방송도 안 본다"며 말하고 다녔다.

할리우드 전략가 론 라이너는 딘이 아이오와 경선에서 패배한 뒤 오코너를 만났을 때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딘이 했던 광란의 연설 때문에 미 전역이 들끓고 있는데 오코너는 "별것도 아닌 걸 갖고 난리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트리피는 "딘을 보호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결국 딘을 망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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