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북녘동포>22.非경제적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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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와 교시에 따른 경제활동은 경제흐름을 깨기 쉽다.염영선(31)씨의 지적처럼 북한 경제는 전체가 맞물려돌아간다기 보다 그때그때 문제가 생기는 부문에 김정일의 지시가떨어지고 모든 것에 앞서 자재.인력이 여기에 투입돼 해결하는 식이다.김정일의 사인 없이는 중대한 결정을 아무도 내리지 못하는 구조다.경제에 김일성.김정일의 입김이 어떤 식으로 미치는지에 관해서는 정기해(52)씨의 증언이 실감난다.
『공장.기업소에서 1월에는 신년사 관철을 위해 무조건 목표를달성하게 돼있고 金부자 생일이 들어있는 2월과 4월도 마찬가지다.때문에 당초부터 목표치를 적게 잡거나 전년도 11~12월에원자재.반제품을 확보해두는 등 물량 20~30 %를 안고 1월로 넘어간다.그래야 초과수행이 가능하다.탄광.광산도 석탄과 철광석을 임시로 한쪽에 숨겨두었다가 1월에 파내는 곳이 많다.』경제부문에 정치논리가 파고든 대표적 사례가 김일성의 70세 생일을 맞아 비생산적 기념건축물에 자재. 인력을 낭비한데서 찾아볼 수 있다.
건축설계사 김영성씨의 증언-.
『주체사상탑.개선문 등을 건설할 때 전국의 모든게 다 동원되다시피했다.건설분야에선 82년까지 3~4년간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념비적 대상(對象)건축만 했다.인민대학습당 자리는위치가 좋아 무슨 건물을 앉힐까를 두고 20여년 간 망설이다 공공도서관으로 결정했다.주체사상탑은 애드벌룬을 몇개 띄운 상태에서 대동강 건너편 인민대학습당에서 건너다 보면서 높이를 결정했는데 이것도 김일성.김정일이 직접 했다.
그런 점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평양의 도시계획 입안자라고 할수 있다.평양의 큰 건물들은 이들의 비준을 얻어야 한다.특히 김정일은 「반복은 죽음」이라는 교시를 내려 평양의 모든 새 건축물은 외형과 설계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 어 건축설계사들의 머리를 짜내고 있다.1백5층 류경호텔도 김정일 교시의 결과인데 내부 미장까지 마쳤으나 유리.전기를 비롯한 내부 설비를전혀 갖추지 못했다.내장설비들은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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