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인터넷 포털 저널리즘 왜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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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근 저작권 침해, 자의적인 기사 제목 바꾸기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포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포털 규제 법안을 제정하려 하고, 방송사들은 포털의 저작권 침해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시대에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포털 사이트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짚어본다.

◇포털 저널리즘이란=포털이란 독립된 여러 정보나 콘텐트를 하나로 통합한 초대형 인터넷 사이트를 말한다. 이를테면 백화점의 현관문과 같다. 문을 통과하면 진열된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듯이 수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포털 저널리즘은 포털 사이트가 시사 문제에 대한 보도와 논평을 제공·전달하는 활동을 말한다.

포털 뉴스의 특징은 생물체와 같이 계속 진화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포털의 뉴스 제공 형태는 검색→커뮤니티→블로그→사용자 제작 콘텐트(UCC)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어 왔다.

◇포털의 순기능=포털은 뉴스 수용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뉴스를 백화점식으로 한데 모아 제공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용자는 포털을 통해 필요한 정보나 원하는 뉴스를 선별해서 볼 수 있다. 포털이 뉴스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부각된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사가 뉴스를 독점 생산해 온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실제로 포털이나 포털 사용자가 제기한 사회적 이슈를 기존 언론사가 취재해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포털은 또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동시에 제공해 수용자가 관점이 다른 뉴스를 비교해 볼 수 있다.

◇포털 저널리즘 왜 문제인가=포털은 다양한 뉴스 콘텐트를 생산하거나 재가공하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예컨대 포털이 뉴스를 자의적·임의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유명인이나 연예인 관련 루머는 포털의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데 포털이 사실과 소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뉴스의 기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선정성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정치·경제보다 스포츠·연예·문화 관련 뉴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악성 댓글과 루머 속에서 이용자의 인격권 침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바람직한 방향은=현행 신문법에 따르면 포털 뉴스가 인터넷 신문에 포함되지 않아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 때문에 포털이 언론사에서 받은 기사를 자체 편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사의 독자위원회나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처럼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포털은 ‘구글 뉴스’처럼 언론사가 공급한 기사 제목만 게재하고 본문은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의 포털은 언론사에서 공급받은 뉴스를 포털 사이트에서 네티즌에 재매개하기 때문에 뉴스와 이를 제공하는 언론사를 단절시킨다. 이용자들은 원래 뉴스 제공사보다 그 뉴스를 접한 포털 사이트를 뉴스 제공원으로 기억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뉴스 수용자의 적극적 태도가 중요하다. 막강한 영향력으로 권력이 된 포털이 이용자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을 신문이나 방송처럼 ‘올드 미디어’가 아닌 ‘뉴 미디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포털에 대한 합당한 법적 규제는 필요하지만 기존의 신문법이나 정기간행물법 대신 새로운 미디어 법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상희 교수 (성균관대·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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