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밀월관계 왜 흔들리나-나토영역 확대싸고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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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3일『미국과 러시아간 밀월관계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나선것은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美-러 관계가 냉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지난해 12월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유럽안보협력회의(C SCE)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러시아는 더이상 세계문제의 해결장에서 무시되는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후 약5개월만의 일이다.
코지레프와 옐친의 이같은 발언은 냉전종식후 형성됐던 美-러 동반자 시대가 긴장이 수반된「차가운 평화」의 시기로 넘어감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美-러간 관계가 차가운 긴장 관계로 변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미국과 러시아의 국가이익이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갈등관계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현안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확대문제다.러시아는 완충지대없이 러시아의 국경이 곧바로 NATO동맹국의 국경과 맞닿는 사태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수차례에 걸쳐 경고해왔다.
물론 서방은 냉전후 NATO의 역할이 변했고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간 불가침조약 체결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식의 제안들을 내놓아 러시아 달래기를 시도하고 있다.하지만 러시아의 국민감정은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 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외에도 미국과 서방이 말로는 동반자 관계를 외치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냉전시대의 족쇄를 풀지않고 있는데 분노하고있다.對공산권무기수출통제기구(COCOM)의 내부조항이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핵 우라늄.알루미늄등 지하자원과 전략물자의 수출시장을 여전히 서방이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여기다 서방이 체첸문제를 러시아의 경제지원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러시아내의 여론은 내정간섭이며 러시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다.
또 러시아의 인도에 대한 첨단 미사일 기술이전과 이란에 대한원자로 공급문제에 대해 미국이 공급중단압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러시아내의 여론은 자국의 핵 산업과 방산업자들을 위한 간악한 로비라며 격분하고 있다.
이때문에 러시아에서는 민족주의계 이론가들 뿐만 아니라 외무부의 전문가들 사이에 美-러간 밀월은 러시아 국가이익의 일방적인희생아래서만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따라서 코지레프장관이 선언한「밀월 종식」은 단순한 협박용 수사라기보다 美-러 양국간의 국가이익과 이해의 충돌이라는 상황속에서 나온 러시아의 입장표명으로 이해해야 한다.
〈金錫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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