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美 상원 북한 문제 청문회서 밝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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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04면

크리스토퍼 힐(사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교착 국면에 놓인 6자회담과 관련, “핵 신고 문제에 진전이 없지만 미국은 10ㆍ3 합의에 따라 북한에 지원키로 한 중유 2차분을 제공할 것이며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도 돼있다”고 말했다.

“진전 없는 북핵 신고 부시가 시한 판단할 것”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북한 문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힐 차관보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요구하며, 핵 신고가(불완전한데도) 완전한 척, 진척이 있는 척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내내 시한에 대한 언급은 꺼린 힐 차관보는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 가서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 신고 문제의 핵심 사항인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의혹과 관련, 힐 차관보는 “북한이 알루미늄 튜브(우라늄 농축 시설의 핵심 부품)를 미국 측에 제시하고 우라늄 농축 용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 두 가지 재래식 무기 시스템을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북한 측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루미늄 튜브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그들이 제시한 재래식 무기 시스템 중 하나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UEP를 갖고 있거나 개발을 추진한 점에 대해선 미 중앙정보국(CIA)이 확신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우라늄 핵프로그램을 그만뒀다면 언제 그만뒀는지, 또 진행 중이라면 중단할 것인지를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핵 기술 이전 의혹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다”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테러리즘 지원국 해제나 대북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문제는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에 달렸다”고 거듭 강조하고, 북한의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가 완료되는 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모든 나라들이 인권지수를 개선해야 하듯이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북한에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권 대화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신고했다고 알려진) 플루토늄 양 30㎏이 그동안 제기돼온 추정치 50㎏과 차이가 있다는 로버트 케이시(공화) 의원의 질문에 “30㎏도, 50㎏도 전문가들이 추정한 범위 내에 있으며 중요한 것은 어떻게 검증하느냐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미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의 케빈 빌, 에너지국의 빌 오코너 등 핵 전문가들이 영변에 거주하며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검증하고 있다면서 “플루토늄 신고량에 대한 검증도 핵시설에만 접근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불능화 작업 속도를 늦춘 배경을 묻는 존 케리(민주) 의원의 질문에 힐 차관보는 “북한은 불능화와 신고의 대가로 중유 95만t을 받기로 돼있지만 현재 15만t만 받았다”면서 “80%나 진행된 불능화 작업이 너무 빠르다는 인식을 북측이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핵 프로그램 신고를 주저하는 이유로는 “북한이 그동안 자신들이 부정해온 것을 인정하면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지고, 일부 인정이 더 많은 의문을 촉발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까 걱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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