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생전모습과 가르침 담은 비디오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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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의 주인공으로 93년 11월 열반한 성철 스님을 비디오 화면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스님의 직계 제자들로 구성된 「백련 문도회」(대표 천제스님)가 스님의 생전 모습을 담은 화면,각종 자료및 사진,주변인물 인터뷰등을 곁들여 『스님,성철 큰 스님』이란 각 80분짜리 5부작 비디오를 제작한 것.
스님의 열반 직후인 93년 12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1년4개월만에 완성된 이 비디오는 총2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갔다.
그동안 나온 10여종의 비디오가 모두 다비식 위주여서 아쉬움을 준데 비해 이 비디오는 10년전 찍어놓은 스님의 일상생활 모습을 비롯해 스님 자신의 수계득도 문서,20대에 작성한 좌우명등 관련 유품을 총망라함으로써 성철 스님의 세계 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스님의 유일한 혈육으로 해인사 금강굴에 칩거중인 불필스님과 스님의 막내동생 이옥선씨와의 인터뷰가 최초로 공개돼 관심을 끈다.이 인터뷰에는 그동안 잘못 알려진 부분,예를 들어 스님이 열반직전 딸 불필스님을 찾았다는 말은 허구라 는 설명등도담겨있다.
이와 함께 ▲불교의 윤회.선(禪)사상등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쉽게 풀어 설명하는가 하면 ▲특정 부분만 강조되는 「크로마키」라는 특수기법으로 번뇌등을 형상화했고 ▲스님의 누더기 옷과 영롱한 사리등을 특수렌즈로 밀착 촬영하는등 첨 단 영상처리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하이라이트는 신도(信徒)들의 3천배 실연.3천배는 평소 스님이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3천번 절을 해야한다』고 말한데서,곧 스님을 연상시키는 말로 알려져왔다.
젊은 신도들이 8시간이 걸려 3천배를 하는 장면들을 압축해 보여주는데 3천배를 마친뒤 땀으로 뒤범벅이지만 말갛게 보이는 신도의 얼굴을 3천배 전과 비교한 장면은 스스로 해탈에 이르게하려는 것이 스님의 숨은 뜻임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밥 한 숟가락,김 서너쪽,썰어 놓은 당근 두쪽,솔잎 한 숟가락,콩등이 전부인 스님의 식단도 볼거리인데 특히 스님의 정량인콩 10g을 지키기 위해 수좌들이 한쪽 눈을 가리고 무게를 재는 모습은 이채롭다.
스님의 탄생과 출가과정,열반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발자취를 편년체로 담은 1편을 비롯,수행자로서의 수도자세와 정신(2편),스님이 한국 불교에 남긴 업적(3편),이 사회에 남긴 말씀과 가르침(4편),스님의 육성법문(5편)등으로 구성됐 으며 스님을직접 모시던 원구.원택스님등 제자들이 리포터로 출연하고 김도현.김종성씨등 우리 귀에 익숙한 성우들이 내레이션을 맡고 있다.
TBC와 KBS 다큐멘터리 전문연출가 출신인 제작자 이동석(48)씨는 『자취를 안남기는 것이 고승들의 관례여서 자료가 너무 없어 제작에 애를 먹었다』며 『제작하며 저절로 큰 스님의 자세에 감명 받아 단순한 고승의 일대기가 아닌 우 리 시대의 위인전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했다』고 말했다.이 비디오는 장경각미디어(02(733)4277)에서 주문 판매할 예정이며 가격은5개 한세트에 10만원으로 수익금은 성철 스님의 사리탑 건립에쓰이게 된다.
鄭亨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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