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확장 패륜 불렀다-이사장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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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교법인 금용(金龍)학원 이사장 김형진(金衡鎭.72)씨 피살사건은 범인인 큰아들 성복(成福.41)씨가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경영미숙에 따른 자금난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다 빚어진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본사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해강농수산의 사업계획서와 장부등에 따르면 범인 金씨는 지난해 금용학원이 배서하는 어음발행을 시도하다 아버지와 결정적으로 다툰 것으로 나타났다.
범인 金씨는 93년 아버지 친구인 韓모씨등과 함께 농수산물 유통업체인 S상사를 설립한뒤 경기침체등으로 자금난을 겪게되자 같은해 9월 덕암빌딩을 담보로 수협으로부터 7억원을 대출받았다. 金씨는 이어 지난해 5월 자본금 2억원규모의 농수산물유통업체인 해강농수산을 설립,수협으로부터 농수산물 안정기금 9억원을배정받아 냉동선 구입과 냉동창고 건설을 시도하다 대출담보로 구입한 부동산에 말썽이 생겨 자금회전에 압박을 받게 됐다.
지난해 5월19일에 작성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서울성동구능동일대 대지와 서초구반포동의 빌라 3채를 어음과 대출금등으로 구입한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해강농수산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서에는 부동산 구입비용으로 2~4개월 만기의 어음을 발행하면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금용학원명의로 배서한뒤 이를 사용하고 학원측이 배서확인에 나설 경우 어음을 회수한다는대책까지 세워둔 것으로 나타났다.
金씨는 지난해 9월 대출담보용 부동산으로 구입한 서울은평구신사동의 연립주택 5가구가 2중등기등으로 고소사건에 휘말리고 매입대금으로 지급한 어음들이 시중에 나돌면서 부채가 23억원대로불어나게 됐다.부도위기에 몰린 金씨는 또다시 덕 암빌딩을 담보로 9억원을 대출받았지만 부실경영 내용과 학교법인 명의도용을 알게된 金이사장이 金씨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재산상속문제가 거론됐고 이 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金이사장의 단독소유였던 덕암빌딩은 91년 金이사장과 큰아들 金씨의 공동명의로 바뀌었다가 S상사가 이 건물을 담보로 7억원을 빌린 직후인 지난해 1월 큰아들 지분에 대해 작은아들 명의로 가등기가 설정됐다.
이 가등기는 같은해 11월8일자로 해제됐으나 큰아들이 다시 빌딩을 담보로 9억원을 대출받자 보름후인 24일 다시 작은아들명의로 가등기가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洪炳基.表載容.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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