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서울판화 미술제25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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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그림 한점 갖고 싶다.』 덩그러니 비어있는 벽을 보면서 박수근이나 이중섭이 아니더라도 집 분위기를 밝게 해줄 괜찮은 그림 하나쯤 걸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이런 작은 소망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않다.어디가서 어떻게 해야될지막막할 뿐 이다.
미술의 해를 맞아 어딜 가나 「미술 대중화」라는 말을 듣지만이처럼 보통 사람들에게 미술은 딴 세상 얘기다.화랑은 특별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화랑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겁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폭넓게 작품감상을 하면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그림도 한점 마련할 수 있는 대규모 미술제가 열린다.3월25일부터 4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95서울판화미술제」가 바로 그것.
한국판화미술진흥회와 예술의 전당이 공동주최하는 서울판화미술제는 프랑스의 사가(saga)판화미술제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열리는 것으로 국내 36개 화랑,8개 공방,종이.액자등을 다루는 7개 관련업체와 미국.프랑스.영국.일본등 외 국 공방 7개등 모두 58개 업체가 참여해 판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게 된다. 고판화에서부터 외국 유명작가의 현대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판화가 선보여 판화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면서 1만원대의저렴한 작품들도 판매,미술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판화미술제의 중심이 될 화랑기획전에는 45개의 국내외 화랑과 공방에서 김상구.데이비드 호크니등 2백여명의 작가가 참가해 다양한 현대판화를 보여준다.
화랑기획전 외에 판화미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특별전 형식으로 고.근대판화전이 열린다.이 전시에는 1311년 제작된『금강반야바라밀경』을 비롯해 모두 3백여점이 출품되는데 여기엔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80권본 화엄경변상도』 와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조선후기 목판화 『차끓이는 아이(茶童)』가 포함돼 있다.대부분 목판화지만 김규진의 『시전,난초(1905)』등 다색(多色)석판화작품도 일부 들어 있다.
또 하나의 특별전으로 화랑기획전에 참가하지않은 젊은 판화작가들의 작품을 선정,전시하는 선정작가전이 열린다.2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가 54명의 작품이 선보인다.
安惠利기자 이번 판화미술제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들을 위해충분한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층마다 전시장 일부를할애,휴게실을 만들어 2천원의 입장료(학생 5백원)를 내고 온관람객들에게 쉬어가며 구석구석의 작품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번 판화미술제 개최는 지난 93년 화랑미술제에서 갤러리메이가 판화제작과정을 실연,크게 호응을 얻었던 것이 빌미가 됐다.
당시 전시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데다 실연과정에서 나온 작품을 2만원씩의 싼 가격으로 내놓자 3백장이 넘는 많은 양이 팔려 나갔다.
그에 힘입어 판화미술에 관심있는 몇몇 화랑이 모여 한국판화미술진흥회를 만들었고 지난해 6월엔 강.남북 화랑 25개가 모여올 판화미술제의 전초격인 「판화 도시탐험전」을 개최했다.유난히더운 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판화도시탐험전」 엔 기대 이상의많은 관람객이 찾아옴으로써 이번 서울판화미술제로까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안혜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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