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亞太 永久평화 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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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는 제2차대전 종전(終戰)50주년이 되는 해다.종전 50주년은 일본의 패전 50주년인 동시에 유엔 창설 50주년이기도하다. 올해는 또 淸日전쟁 종전 1백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청일전쟁을 기점(起點)으로 일본은 아시아에서 우위(優位)에 서기 시작했다.아시아에 대해 일본은 제2차대전 전에는 군사적 우위를,전후에는 경제적 우위를 지켜왔다.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는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저서『영구평화론』이 출간된지 2백주년 되는 해다.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전사자(戰死者)를 냈던 광란의 20세기가 곧 끝나고 불확실한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평화와 번 영을 희구하는 일본인들에게『영구평화론』출간 2백주년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음에 틀림없다.
칸트가 주장하는 영구평화 달성방법을 다시한번 상기,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실에 비춰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칸트는 세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전쟁방지와 평화촉진에 대한 국가간 합의를 점차 확대,이를 큰 합의로 제도화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포로에 대한 문명적 대우,생화학무기와 같은 잔혹무기의사용금지,전략핵무기감축협정등은 이런 문맥에서 이해될 수 있다.
亞太지역의 경우 지난해 합의된 동남아국가연합(ASEAN)지역포럼,제네바 北-美 핵합의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을지모른다. 둘째 각국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것이다.경제적이해(利害)에서 공통성이 높아지면 문제해결을 전쟁에 호소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칸트는 주장한다.상호의존이 전쟁을 방지하는 완전한 보장은 아니지만 쉽게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의해 탄생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지구적 규모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반영한 경제활동의 룰을 폭넓게설정하고 있다.亞太경제협력체(APEC)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수 있다.
셋째 각국에서 민주화가 진전되면 정부 지도자가 안이하게 전쟁에 호소하는 확률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민주제(칸트의 용어로는 공화제)하에서는 국민에 대한 공개.설득.동원.책임이라고 하는 큰 작업 없이는 전쟁에 호소하기가 어렵다.모든 국가가 민주화하면 전쟁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칸트는 말한다.
***民主化진전 뚜렷 지난 30년동안 亞太지역에서 있었던 전쟁을 돌이켜봐도 이 점은 분명하다.확실히 美-베트남 전쟁(65~73년)은 민주국가와 非민주국가간에,中-蘇분쟁(69년)과 베트남-캄보디아 전쟁(78~89년)은 모두 非민주국가간에 일어났던 전쟁이 다.
亞太지역에는 칸트가 평화달성 방법으로 말하는 제도화.상호의존.민주화가 착실히 진전되고 있다.1995년은 2백년전 칸트가 보여준 통찰을 되살려 亞太지역의 과거와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구상하기에 가장 알맞은 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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