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제 적용 예외 종교단체 기준놓고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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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영생교가 신도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명의신탁할 경우 부동산실명제에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부동산실명제 관련법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95년 6월30일 이전에 종교단체.향교등이 조세포탈.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명의신탁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실명제 적용대상에서 예외 인정」하기로 수정통과됨에 따라 재정경제원은 종교단체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에는 종교단체에 대한 등록제나 인.허가제가 없다.법대로 하자면 「…敎」자만 붙으면 무조건 명의신탁을 인정해줘야 할판이다.재경원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정부로서는 종교면 다같은 종교지 사이비종교냐 진짜 종교냐를 따질 능력도 없고 객관적인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또 이를 악용하려 들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예컨대 계룡산에서몇년 도(道)닦고 내려와 「종교단체」로 자칭하며 명의신탁을 인정해달라고 하면 규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을 여럿 거느린 「기업형 종교」의 경우 문제가 더 크다.
기업활동상 투기나 탈세 목적으로 명의신탁해둔 부동산도 종교단체소유란 이유로 눈감아 줘야 하느냐가 고민거리다.또 전통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 려진 불교사찰의 경우도 문제다.
재경원은 『종교활동과 직결된 부동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줄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종교활동의 범위」자체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실무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있다. 이와 함께 감리교등과 같이 개별 교회의 재산을 따로 인정치 않고 모두 교단 소유로 정하는 경우도 논란이 예상된다.개별 교회가 부동산을 산뒤 종헌(宗憲)에 따라 교단 명의로 등기하면 분명 명의신탁인데,이를 과연 실정법으로 다스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종교단체의 명의신탁예외인정을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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