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공연·전시] 뮤지컬 러브, 노인 배우들이 일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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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의 평균 연령은 60.6세다. 일찍이 한국 공연계에 이런 작품은 없었다. 뮤지컬 ‘러브’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일반인을 뽑아 오디션부터 화제를 모은(본지 2007년 12월 4일자) 이 작품은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노인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보통의 제작 시스템이라면 젊지만 기성 배우를 선발한 뒤 노인 분장을 시켜 공연을 올리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제작사인 에이콤은 “극의 감동을 주기 위해 최대한 사실성을 높이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래서 60대 이상의 일반인을 대거 발탁, 전격적으로 작품에 투입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요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아마추어 연기자의 움직임이다. 물론 발성·동선·리액션 등 모든 연기 면에서 프로 배우과 비교하면 아직 모자란 게 있다. 그러나 조금은 어설프고 어딘가 비어 있는 듯 하지만, 순수함과 열정에서 빚어 나오는 게 신선할 수 있다. 감동의 원천은 능숙함보다 진정성에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 작품의 핵심은 남자 주인공 ‘요니’를 맡은 김진태씨의 진솔함이다. 그동안 TV 드라마를 통해 구수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온 그는 이번 뮤지컬에서 덧칠이 없는 텁텁한 노래와 연기로 관객의 가슴을 묵직하게 파고든다. 갈등 구조가 단선적이고 다소 느슨한 점은 보완해야 할 듯하다. 24일까지 세종M시어터. 5만~7만원. 모녀나 부녀 등 2세대가 같이 오면 20%, 3세대가 같이 오면 30% 할인된다. 02-575-6606.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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