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고아원에서 사라진 아이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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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8면

고아원에서 자라다 입양된 로라(벨렌 루에다)는 남편 카를로스(페르난도 카요)와 어린 아들 시몬과 함께 지금은 비어 있는 그곳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고아원 자리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요양원을 세우고 싶어 한다.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그러나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시몬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친구들이 집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 아이들의 흔적도 여기저기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안에 있던 시몬이 사라진다. 몇 달 동안 시몬을 찾아 헤매던 로라는 어린 시절 자신이 두고 떠난 친구들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다.

멕시코·스페인의 공포영화인 ‘오퍼나지(孤兒)-비밀의 계단’은 괴담의 전통에 충실하다. 낡고 거대한 저택, 느닷없이 나타나 놀라게 하기보다 서늘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듯한 유령의 존재, 이성보다는 마음을 좇아 유령을 믿게 되는 사람들. 신인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이런 익숙한 요소들을 한데 모아 수공예품처럼 공들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오퍼나지’ 자신만의 개성 또한 지니고 있다. 버림받고 길을 잃은 아이들의 애틋한 호소와 사랑하는 이를 위로하기 위해 한순간 이승에 돌아온다는 영혼의 마음이 그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의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같은 나라 멕시코에서 태어난 선배 감독이 그러했듯 다정한 마음으로 죽은 아이들을 돌보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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