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에선 어떻게 배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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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학부모에게‘꿈의 학교’로 인식되는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민족사관고. 이 학교는 자율·선택·책임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차별화된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활동을 선택해 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 민사고는 앞으로 등장할 자율형 사립고의 운영에도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균형선발제가 도입되면서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민사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회 민사고 입시준비 방법에 이어 이번 회는 교육프로그램을 알아본다.

독서 등 전문자격 졸업 전 의무 취득
학생들 스스로 영어 말하기 생활화
대학 학점 선이수…교과 과정 다양

‘1인 1악기 연주’ 의무화
민사고 학생들은 교내외 공식 행사와 조회 때 전통 한복을 입는다. 일상생활이나 수업 때는 생활한복을 착용한다. 생활한복의 색상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생활한복은 의외로 착용이 편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학생들은 아침·저녁 사감교사나 아침운동 교사들에게 문안인사도 생활화하고 있다.

민사고는‘민족 6품제’를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리더가 갖춰야 할 교육 내용들이 민족 6품제에 들어있다. 학생들은 외국어 구사, 한자·동서양 고전 이해, 심신수련, 학술·예술의 구현, 봉사활동, 독서 등 6개 분야에서 졸업 때까지 일정 수준의 전문자격을 갖추도록 교육받는다.
이 학교는 전통교육의 하나로‘1인 1악기 연주’를 의무화하고 있다. 음악 시간에 대금·가야금·사물놀이 등을 가르친다. 서양음악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국제계열, 다양한 글로벌 교육
민사고 졸업 후 국내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계열은 일반계열 또는 민족반이라고 한다. 외국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계열은 국제계열 또는 국제반(IVY반)이라고 한다.

일반계열에서 인문과정 학생들은 국제계열 학생 못잖은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특별 독서프로그램·문예창작·논술·경제체험대회·연극 등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통해 실력을 쌓고 있다.
일반계열 자연과정 학생들은 수학·물리·생물·지구과학·정보 중 한 과목을 택해 담당교사에게 심화 교육을 받고, 실험실습을 통해 확인학습을 한다. 자연과정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은 연구·실험을 통해 각종 경시대회와 올림피아드에서 많은 수상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국제계열에서는 고교 기본교과, 국제에 관한 전문교과 등 국내에서 요구하는 교과목과 AP(대학 학점 선이수)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수준의 다양한 교과를 교육하고 있다.
국제계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따라 인문·자연과정의 수강과목을 자율 선택한다. 외국대학에서 입학 때 성적 외에 중요시하는 다양한 봉사활동·클럽활동·인성·품성·수상실적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연주·체육·자치·봉사 등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학년 교육과정’운영
이 학교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계열 구분없이 학생을 통합 선발하고 있다. 일반·국제 계열의 교육과정이 너무 다르기 때문. 학교 측은 계열 구분을 없애 학생들이 진로를 바꿀 때 적합한 교과를 선택해 교육받도록 하고 있다.
2007학년도 입시부터 학년 구분을 없앴다. 학생 스스로 학업계획을 세우는‘무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력차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은 상급 학년의 과목을 배울 수 있다.

학교 측은 특정 과목의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이수인정평가시험을 치러 학업능력을 인정받도록 하고, 다음 학년의 수업을 배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학업능력이 뛰어나 교과내용 수업을 통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학생에겐 수업을 면제하고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게 하기도 한다.
민사고에는 많은 선택 교과가 개설돼 있어 학생들이 대학생처럼 매학기 말 수강신청을 한다. 희망 과목이 없을 경우 학생들이 학교 측에 개설 요청을 할 수 있다. 그 만큼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성·차별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교내 어디서든 영어로 대화
학생들은 여러 전문교과를 자신의 진로·능력에 따라 선택해 배울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과학·외국어·국제·AP과정을 선택해 배울 수 있다. 특히 고교 재학생에게 대학 수준의 공부를 미리 준비하게 해 평가하는 시험인 AP(Advanced Placement)에 합격하면 대학에 진학해 배워야 할 과목을 면제받을 수 있다. AP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의 일부로 운영하고 있다.

민사고의 학생회는 학생자치위원회라고 불린다. 2006년부터 학생회 조직을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삼권분립체제로 개편해 대의민주정치로 집약되는 공화정을 경험케 하고 있다. ‘영어상용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학생들은 토·일요일을 제외한 날에는 교내 어디서든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영어 말하기를 생활화화기 위한 것이다.

수업 때 영어 사용은 3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는 우리말을 주로 하고, 영어를 보조어로 활용한다. 2단계는 영어를 주로 하고, 우리말은 보조어가 된다. 3단계는 영어만으로 수업을 한다. 3단계 원칙에 따라 영어로 진행하기에 교과내용이 효율적이고, 학생·교사가 영어 수업을 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경우에만 영어만으로 진행한다. 모든 수업을 무조건 영어로 하지는 않는 것이다.

김기현 링구아어학원 원장
lingua-academy.com 051-862-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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