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다카르랠리>3.정혜운씨 완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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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월6일부터 7일까지 이틀동안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이색적인 논스톱 마라톤 경기방식을 벌였다.
이 구간에서는 단 한번의 정비지원도 받을 수 없어 차량에 트러블이라도 생기게 되면 그대로 탈락하도록 되어 있다.더구나 이구간에서는 경기 도중 모래폭풍이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에 눈조차뜰수 없는 악천후까지 계속됐다.
거센 모래바람으로 캠프에 쳐놓은 텐트안에도 모래가 수북하게 쌓일 정도여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사마저 모래밥을 먹어야 했다. 이번 대회 최대 난코스중 한곳으로 꼽히는 서부 사하라의 에스마라에서 오세르를 거쳐 모리타니아의 주에라까지 1천2백13㎞에 이르는 마라톤 구간.
이 구간에서 선두를 달리던 시트로앵의 베스트 드라이버 바타넨은 6일 경기에서 구간 결승점을 2백㎞ 남겨두고 펑크를 일으켜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쓰비시팀은 야심의 미소를 흘리며 시트로앵의 타이어펑크를 계기로 7일경기에서 대역전극을 기대했다.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바타넨은 「사막의 라이언」답게 단 2분30초만에 타이어를 교환하고 최고 2백㎞,평균시속 1백50㎞로 질주하 는 것이 아닌가. 미쓰비시팀의 도전을 가볍게 일축하고 바타넨은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오히려 미쓰비시의 사비는 트랜스미션 트러블과 두차례의 펑크로 3시간동안 발이 묶여 선두탈환이 물거품되고 말았다. 우리팀은 이번 구간이 마라톤코스라는 점을 감안,차량손상을 입지 않도록 경기를 운영하는데 최대 역점을 두었다.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한 결과 1호차가 구간 15위,3호차가 11위를 차지함으로써 종합순위에서는 각각 11위와 16위로 전반 랠리를 마감했다.모두 2백47대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전반전을 무사히 마친 차량은 1백74대로 3분의 1 가량은 도중에 탈락하고 말았다.대회 규정상 대회 8일째인 8일은 유일한 휴식기간.우리팀은 랠리 도중 파손된 차량을 정비하고 남은 경기에 대한 전략등을 숙의했다.
그리고 7일 만에 샤워를 한뒤 시내관광에 나섰다.잠시 짬을 내어 찾은 원주민마을에서는 한창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사막을가로지르는 낙타의 행렬도 시야에 들어왔다.모처럼 즐기는 이국의풍경,삶의 진한 체취가 풍겨왔다.얼마만인가.우 리의 모습은 거지중의 상거지였다.
1주일 내내 세수 한번 못하고 몸은 온통 모래투성이.
신발을 벗고 텐트에 들어가면 발냄새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동하던 웃지 못할 촌극들.모처럼 이런 저런 추억에 젖으며 휴식의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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