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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通商공세에 전문적 대응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봄철을 맞아 미국(美國)의 대한(對韓)통상압력 고삐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기존의 자동차시장개방 확대,육류유통절차 개선,지재권(知財權).통신장비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케이블TV(유선방송)시장개방 확대등을 추가해 소나기식 공격을 가하고 있다.미국은이같은 분야의 對韓협상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한국(韓國)을 불공정무역국으로 지정,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提訴)하거나 슈퍼301조를 발동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이러한 불도저식 공세가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이를테면 오는 4월말로 돼있는 금융서비스.지적재산권분야등 불공정관행국 지정시한을 앞두고 세몰이 작전이 아닌가 싶다. 이런 공세를 받을 때마다 우리는 미국의 태도에 유감스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대미(對美)교역에 관한한 한국은 많은 성의를 표해왔다.對美교역이 거의 균형수준에 이른 것이 이를입증해준다.미국의 무역수지적자 확대는 주로 일본(日 本)과 중국(中國)때문이다.시장개방의 주 타깃은 바로 이들 두 나라에 집중돼야 함에도 항상 한국을 그 대상에 끼워넣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렇게 된데는 우리의 협상력(協商力)에도 문제가 있다.對美통상문제를 전담할 전문가가 없는 것이다.수시로 통상대표가 바뀌어 일관되게 논리를 전개할 능력이 축적되지 않고 있다.이들에게 승진등 특별인센티브를 주어 전문가로 적극 양성할 필요가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으나 실천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또한 외국의 개방압력에 밀려다니지만 말고 외국이 납득할만한 우리 나름의개방스케줄을 수립해 제시하는 적극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가를 양성해 충분한 자료와 논리를 전개하면서 협상에 임하면 우리가 미국에 몰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WTO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등으로부터의 시장개방압력은 더욱 거세질게 분명하다.정부는 관련부처간의 긴밀한 협조아래 해당분야에 관한 의견을 통일시켜 서로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관련 부처간의 말이 달라 협상에 밀리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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