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철저한 검증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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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 31일 발족했다. 발기인에는 공동대표를 맡은 김상종(생명과학)·김정욱(환경대학원)·송영배(철학)·이준구(경제학)씨 등 서울대 교수 80명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 법대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정용욱(국사학) 교수는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추진되는 대운하 사업을 우려하는 교수들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대운하 사업에는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되고,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는 만큼 이명박 당선인 측에 철저한 검증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임은 대운하 사업을 검증할 검증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모임 측은 이날 학내외 교수들을 초청해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교수·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양대 홍종호(경제학) 교수는 “찬성 측은 공사비가 15조~20조원이라 하지만 누락된 유지·관리 비용, 교량 재건설과 취수장 이전 비용 등을 따지면 40조~50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효과와 재원 조달계획도 과장과 축소, 거짓과 오류로 포장돼 있다”고 덧붙였다.

관동대 박창근(토목학) 교수는 “운하의 나라인 독일에서도 운하는 사양화한 시스템으로 취급받는다”며 “정치적 고려로만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정욱 교수는 “대운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 홍수를 일으키기 쉽고 평소엔 물흐름이 느려져 녹조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대운하 관련 조사를 맡겼다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와 보고서도 내지 않고 중단했다는 말을 참여한 연구원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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