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명의 기술로 자회사 4856억원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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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주회사 설립을 준비하는 교직원들이 중국 칭화(淸華)대 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박준철 전문요원, 김태훈 연구진흥과장, 국양 연구처장, 유상임 산학협력단 부단장, 조서용 기술기획실장. 칭화홀딩스와 회사는 대부분 ‘칭화 사이언스 파크(칭화과기원)’에 모여 있다. 칭화 사이언스 파크에는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구글· NEC 등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도 입주해 있다. [사진=강인식 기자]

대학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 서북부는 ‘중국의 미래’라 불린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 그곳의 심장은 칭화대다. 국양 서울대 연구처장이 지난달 28~30일 칭화대를 찾았다. ‘대학이 기업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산학협력단 유상임 부단장, 조서용 기술기획실장, 김태훈 연구진흥과장, 박준철 전문요원이 함께했다.

서울대는 주식회사 형태의 지주회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이면 최고경영자(CEO)가 결정된다. 4월 말이면 회사가 세워진다. 칭화대는 2003년 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를 세웠다.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2006년 기준 매출액이 2조7963억원, 자본금이 3조6761억원이다. 지난해 칭화홀딩스는 420여억원의 흑자를 내 칭화대에 배당금으로 65억여원, 연구비로 262억여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57억여원은 유보금으로 쌓아 뒀다. 서울대는 이런 칭화대로부터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싶어 한다.

국 처장은 스스로를 ‘서울대 신사유람단’이라고 불렀다. 1881년 조선 조정은 ‘우리보다 못한 일본에 배우러 간다’는 자존심에 연수단을 ‘유람단’이라 불렀다. 국 처장은 “(한국 대학들은) 중국보다 앞섰다고 말하지만, 실은 배울 것 천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신사유람단”이라고 말했다.

◇원천기술 하나가 대학 먹여 살려=1996년 칭화대 캉커쥔 교수는 X-레이를 이용해 컨테이너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컨테이너 정밀검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강철판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X-레이를 위험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디스플레이 기술을 한 단계 올려놨다는 점 등이 높게 평가받았다. 특허가 나오자 대학기업 ‘칭화퉁팡(淸華同方)’이 곧바로 사업화에 들어갔다.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37개 국가가 이 시스템을 수입했다. 1년 영업이익이 37억 위안(약 4856억원 ·2006년)에 달한다.

퉁팡은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다. 퉁팡의 수익은 홀딩스로 배당되고, 홀딩스는 자회사의 수익을 모아 대학에 배당한다. ‘교수 기술→돈 되는 기술의 사업화→수익→대학에 재투자’라는 대학 지주회사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퉁팡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캉 교수는 28일 칭화대에서 기자와 만나 “단순히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다. 기술이 돈이 돼야 뛰어난 인재들을 이공계에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대가 소유한 ‘베이다팡정그룹(北大方正集團)’은 한자 레이저 인쇄 시스템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일본의 일간지 대부분이 이 시스템을 채용할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한다. 2006년 기준으로 무려 40억 위안(525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 중 4억 위안(525억원)이 대학에 배당됐다. 국 처장은 “중국 대학이 한국 대학보다 훨씬 시장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마인드’로 무장한 칭화홀딩스=리얀허 칭화홀딩스 부회장은 국 처장 일행을 만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 버는 기업’이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세운 기업도 ‘이윤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측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다. “어떤 자회사들로 구성해야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리 부회장은 “앞으로 중요한 기업은 디스플레이와 금융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을 자회사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강인식 기자,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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