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사회의 타락" 거트루드 힘멜파브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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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치.국방.경제.문화 등 각분야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유일초강대국 미국에서 최근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가족의 가치를 진부하다고 내팽개쳤던 자유주의자까지도 가족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으며 도덕적 상대주의를 포기하고 뚜렷한선악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논조의 칼럼이 연일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고 있다.또 전통적 도덕관을 주제로 한 윌리엄 베네트의『미덕론』(The Book of Virtues)이 무려 2백만부나 팔리면서 1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지난해11월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당자리를 차지한 것도 그런 분위기 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뉴욕시립대학의 저명한 역사학자 거트루드힘멜파브 교수가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시대부터 현재까지 사회의 타락사를 다룬 『사회의 타락』(The Demoralization of Society.Knopf.3백14쪽 .$24)을 발표해 도덕성회복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저자는 『미국사회 및 문화가 안고 있는 병폐의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다 보니 도덕이 제1의 가치판단기준이 됐던 영국의 빅토리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고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다.
이 책에는 특히 현대사회 및 문화구조가 치유 불가 능할 정도로꼬였다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19세기 영국의 각종 사회병폐지수를 보면 1세기 사이에 사회가 눈에 띄게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사생아비율을 보면 1845년에 7%이던 것이 세기말에는 4%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고 1857년에서 1901년 사이 인구가 1천9백만명 에서 3천3백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는데도 범죄율은 오히려 50%정도 낮아졌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같은 사회문제의 개선이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기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일반적으로 도시화와 산업화는 사회분열상을 가속하는 것으로 통하는데저자는 빅토리아시대에 그런 사회분열을 사전에 막아 줬던 힘을 파악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그 힘이 바로 빅토리아시대의 문화,그 중에서도 특히 미덕.책임감.노동.자립.절제.가정 등을 중시하던 도덕이었다는 것이다.
힘멜파브교수가 「도덕개혁」이라고까지 높이 평가한 빅토리아시대의 사회정화는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가.그것은 사회전체의 체계적인 노력의 결실이었다.빅토리아시대에는 주일학교나 금주운동단체 등의 조직적 활동으로 절제와 의무의 미덕이 강조되 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다.특히 빅토리아왕가가 솔선수범해 왕가에 도덕적 분위기를 불어넣으면서 개혁의 모델을 맡고 나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정직.관대함.용기.친절.애타심 등으로 표상되는 영국신사의 이미지였다.
또 한 가지 빅토리아시대의 성공비결은 도덕강화 노력을 극빈층에게까지 전파했다는 사실에 있다.그것은 빅토리아시대 복지정책의바탕에 깔린 기본철학 때문이었다.육체가 건강하면서도 구호금에 의존하는 삶은 아무리 수입이 낮을지라도 노동의 노력으로 힘들게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비해서는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는 신념이 그것이다.
이런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복지지출은 1871년에도 1817년과 똑같은 8백만파운드에 지나지 않았다.이런 통계나 분석에서 미국등 현대국가들이 배울 점은 사생아.범죄.마약복용.학교중퇴 등도 현대인들의 노력의 결과에 따라 크게 개선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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