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하얀옷" 블라디미르 두진체프 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반스탈린주의를 대표하는 러시아작가 블라디미르 두진체프가 87년에 발표한 두번째 장편소설.두진체프는 56년 첫 장편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으나 브레즈네프 집권으로 스탈린주의가 다시 지배하게 되자 활동을 중단했다.
『하얀 옷』은 두진체프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40년대말 소련 학술계를 시끄럽게 했던 생물학논쟁을 소재로 당시의 폭압적인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표도르 이바노비치 제슈킨은 검열관이다.제슈킨은 당시 주류생물학인 미추린생물학계열의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성과가 허위임을 알게 된다.이들은 출세를 위해 이데올로기에 맞춰 과학적 사실을 왜곡한 인물들이다.반대로 비주류인 바이스만 -모건주의 학자들은 과학적 연구에 충실하다.제슈킨은 검열관이면서도 당국의눈을 피해 바이스만-모건주의 학자들의 연구를 돕게 된다.그러나이들 연구팀은 체포돼 숙청당하고 제슈킨이 연구를 이어받아 천신만고 끝에 신품종 감자를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두진체프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과학적 사실을 다루어야 할 생물학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어떻게 조작되는가를 고발한다.이 주제는 파시즘의 전조로 여겨져 왔던 급진적인 사회생물학주의가 머리를 쳐들고 있는 최근의 신보수주의 분위기와도 연 결된다.〈열린책/8백56쪽.전2권/각권 6천5백원〉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