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정국으로 돌아선 이유-날치기 어렵고 농성도 피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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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국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억류정국은 협상정국으로 전환됐다.격돌로 치닫던 여야는 기초선거 정당개입에 관한 각자의 안(案)을 가지고 활발한 대화를 하고 있다.
물론 아직 타결쪽으로 갔다곤 할 수 없다.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는 크다.민자당은「인구기준안」을 고집하고 민주당은「분리안」(단체장과 의원)이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한다.그래서 상황은 언제든 대치상태로 되돌아갈 수있다.이를테면 불안한 휴전이다.
하지만 기류가 변한 것은 분명하다.여야 모두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그럴만한 사정도 있다.
한 갈래의 변화는 민자당에서 시작됐다.당내의 강행론자들에 대한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협상론자들은 수(數)에서 절대우위를 보였다.만만치 않은 세(勢)도 형성됐다.
악역을 맡아야 하는 국회쪽도 협상론자들을 지원했다.황낙주(黃珞周.창원을)국회의장이나 이한동(李漢東.연천-포천)부의장등이 그들이다.현실적으로 날치기가 어려워졌다.후유증도 크다는 판단을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기류가 변하자 민주당은 반겼다.민주당도「협상거부」의 강경대응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5일간 농성을 한 의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무엇보다 현실주의자들의 우려가 당지도부에 압력이 됐다.『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것 아니 냐』는 목소리였다.최소한의 실리라도 건지기 위해 대화한다는 쪽으로 내부방침은 선회했다.
이제 대화가 시작됐다.그래서 당분간 화해무드로 갈 전망이다.
만나서 머리를 짜내다 보면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애물이 너무 많다.우선「농성 해제」와「날치기 포기」의 교환이 성립될 수 있느냐부터가 난관이다.양측은 서로를 의심한다. 민주당은『문제되는 통합선거법개정안은 단독처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민자당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민자당이 현재 제시하는『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일방처리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제의는 일축한다.「협상이 단기간에 결렬되고 의장은 자유로운 상태에놓여지는」함정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자당도 마찬가지다.성급히「날치기 포기」약속을 했다 민주당이무한정 시간을 끌면 당한다고 걱정한다.이렇게 되면 현행법대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 협상에 들어가면 도처가 지뢰밭이다.민자당의 「인구론」과 민주당의「분리론」의 차이는 크다.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묘안이 없는 만큼 최종합의점 도출은 어려워보인다.
더구나 상황은「김영삼(金泳三)대통령 對 김대중(金大中) 亞太재단 이사장의 대결」성격까지 있다.金이사장의 명동성당발언이후 대두된 분석틀이다.
협상은 조그만 자극조차 치명상이 될 수 있는 불안한 상태에서힘겨운 진전을 하고 있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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